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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장례를 치러본 적이 있나

다다상조 회사 - 청년 탐정들의 장례지도사 생활 속으로, 김재희

by 설애

김재희 작가는 이미 소개한 [경성 탐정 이상][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기숙사 옆 송차 카페] 등을 쓴 추리 소설 작가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김재희의 시선이 죽음에 닿아, 장례 탐정 트리오를 만들어 냈다. 작가의 말에서 살인 사건을 밝히는 탐정은 아니지만 죽음 이후 절차를 밝혀주는 사람으로 장례 탐정 트리오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장례지도사 한현명, 장례 컨설턴트 오슬기, 검안의 노배인이 그 세명이다.




목차는 아래와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을, 이듬해 봄으로 이어진다. 계절의 변화는 시간의 변화이고, 시간이 변화는 누적되어 생각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풍습의 변화를 만든다. 장례 절차는 시신을 확인하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사망진단, 검안에서 시신을 수습하여 바르게 하는 수시, 빈소 차리기, 부고장 보내기, 시신을 목욕시키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 관에 넣는 임관식, 성복제, 발인과 봉안하기의 절차를 따른다. 각 소단원이 계절과 이 절차가 이어져, 자연스럽게 이 책이 끝나면 장례가 끝나게 되도록 작가가 설계해 둔 점이 추리 작가답게 치밀하다고 생각되었다.



시간이 변화하면서 가치관, 풍습이 변화한다고 했는데, 모든 소단원에서 그 변화가 느껴지는 가운데 반려동물 상주는 더욱 그러했다. 반려동물의 장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가 반려동물이 없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던 것이다. 어떤 인연이든 헤어짐에는 크고 작은 후회가 있듯이 반려동물과의 소회도 그러하여 마음이 애잔하였다. 시대의 변화를 담은 장례와 헤어짐을 잘 담아낸 글들에서 나는 죽음을 보고, 그 앞의 삶을 다시 짚어보았다.


30살의 장례지도사, 장례 컨설턴트, 검안의를 앞세운 것은 다분히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뿐 아니라, 장례 관련 직업을 존중하는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 장례 탐정 트리오를 통해 각 장례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한 영혼을 보내는 작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는데 작가의 따뜻함이 있었다.


나도 할머니를 비롯하여 가족들의 죽음을 여러 번 맞았고, 장례 회사의 도움을 많이 받아 장례를 치렀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는 8명의 자식과 그 손자, 손녀들에게 온 많은 화환이 있어, 꽃 좋아하는 할머니께서 많은 꽃을 받고 가셔 다행이라고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장례라는 것은 살면서 겪어야 하는 일 중 하나로, 특히 내가 상주일 때 그 무게가 느껴진다. 아버지와 시아버님 장례를 치러내면서 남편과 나는 더 끈끈해졌다. 큰 일 치른다는 말은, 장례도 있지만 그 사후 처리까지를 합쳐 인생의 한 관문을 통과하는 일이다. 한 인간을 잘 졸업시켜 보내고 남은 사람이 남은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이다.




무거운 주제를 밝게 다뤄내면서도 꼼꼼하게 시대의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를 담아낸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의 미로> 열아홉 번째 책

[다다상조 회사]를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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