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여성 탐정과 진짜 경성 고민상담소
마치 재판된 책처럼 닮은 두 책이 있다.
왼쪽 [경성고민상담소]는 2014년 초판 인쇄된 책으로 1930년대 조선일보 독자문답란 《어찌하니까》에 나온 투고된 고민에 대해 기자들이 답변을 하는 경성시대의 고민 상담 코너를 그룹별로 모아서 시대상을 설명하는 책이다.
오른쪽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는 2021년 출간된 경성탐정이상 을 쓴 김재희 작가님의 여성 탐정 삼총사가 활약하는 소설이다.
조선일보 독자문답란 《어찌하니까》 코너에는 다양한 고민이 접수된다. 익명이기에, 다양한 별명으로 오는데, <재령 답답생>, <시내 일 소녀>, <울고 있는 여성>, <평북 일 고민생>, <함남 신흥 속 타는 일 독자> 같은 이름이다.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다양하게 고민이 접수되었다.
고민의 내용은 크게 6개로 구분된다.
1장 조혼이라는 감옥
2장 제2 부인의 탄생
3장 바람난 가족
4장 여성 수난사
5장 과도기의 성
6장 금지된 사랑
제목만 봐도, 이 고민들이 얼마나 날 것들인지 알 수 있다. 1930년대 경성은 조혼이라는 제도에 어린 신랑이 자라서 시골의 나이 많고 무식한 아내를 무시하고, 신여성과 사귀는 것이 흔했다. 문제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혼인 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시골 아내가 버려지기 쉬웠다. 반대로 신여성을 너무 사랑했지만, 시골 아내가 남편의 오입질 정도로 생각하고 이혼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제2 부인이라는 이상한 말도 생기게 되었다.
신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공부하느라 혼인을 못하다가 결혼할 즈음에는 괜찮은 남자는 모두 품절이거나 혼인한 사실을 속이고 덤벼드는 남자들에게 속아 넘어가기 일쑤였다.
성인이 된 꼬마 신랑, 시골 아내, 신여성 모두에게 재앙인 많은 상황이 벌어졌다.
다수와 소수자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뭔가 다르니까 그렇게 나뉜 것이리라. 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수자 커플과 소수자 커플은 단지 서로 다른 것일 뿐, 어느 한쪽이 더 옳다거나 정상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국가에서조차 소수자의 권리가 완벽히 보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수자와 다수자 간의 차별을 없애려면, 법적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어야 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교육이 투입되어야 한다.
[경성 고민상담소]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는 같은 하숙집에 묵는 세 여성, 라라, 찬희, 선영이 상담소를 운영하며 고객의 고민도 해결하고, 경성의 연쇄살인마도 잡는 이야기다.
상담 내용 중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어 소개한다.
“왈츠 같은 아름다운 사랑이 길어질수록 인생은 성숙하고, 사랑은 깊어가죠. 혹시 헤어져 애틋한 관계가 돼도, 먼 훗날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아름답게 기억될 겁니다. 확실한 건 모든 사랑은 전차 정거장 같은 거죠. 그 정거장을 지나쳐야 다른 곳에 도달하니까. 지금 이 사랑이 영원할 것 같고 죽을 것 같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져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일절 하지 말고.”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작가님의 책은 찾아서 읽었고, 독자문답란을 정리한 책은 제목이 비슷해서 읽게 되었다. 같은 시대의 현실과 소설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