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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by 설애

김금희 작가는 이상 문학상 수상 거부로 뉴스에 났었다. 주최 측에서 상을 주면서 3년간 저작권을 갖는 조건 때문이었다.

김금희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상을 줬다고 주최 측이
작가 저작권을 양도받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작가의 권리를 취하면서 주는 건
상이 아니지 않느냐.
작가를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다."

"주최 측에 '양도'란 표현을
고쳐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
내가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이 전통 있는 상을
계속 그런 식으로 운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사를 보고 멋있는 언니라고 생각했다. 마침 산문집이 출간되어 사 보게 된 것이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시작은 방학과 귤, 책이다. 그리고 친구와 엄마, 반려동물들, 아빠, 할머니, 조카가 등장하고
작가라는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일화들이 나열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있다. 읽으며 겨울방학이 된 듯 느긋하고 따뜻한 시간을 향유할 수 있었다. 각각에서 인상 깊었던 글을 옮겨본다.




1부 언제나 귤이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책을 어쨌든 읽고, 읽은 뒤에는 쓸 것이며, 그렇게 쓰고 나면 어떤 성장이 가능할 테니까.
프로이트 전집의 몇 권과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그렇게 해서 읽은 책들이었다. 물론 속도는 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책들을 얼마간 읽다가 잠이 들었고, 깨어나면 엄마가 저녁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하루가 갔구나 싶으면서 불 꺼진 방 안에서 그런 일상의 소리들을 들으면 평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무섭게 외로워졌다.

p17

2부 소설 수업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무리 놀라운 상상과 설정과 허구 뒤에 숨는다 해도 결국 자기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p106


3부 밤을 기록하는 밤

괜찮아요, 문제없어요, 그 말을 듣자 마음은 좀 편안해졌다.

p127

4부 유미의 얼굴

다행히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었어. 그러니까 내가 이 일에서 완전히 떠났다기보다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버거웠다는 것이고 이 일을 이제 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이 일을 건강하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고.

p156

5부 송년 산보

죽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는 어떻게 사는가만큼이나 중요하다.

p208



작가가 좋으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순서대로 읽어가면서 마음을 따라가 본다. 작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거리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스타의 인터뷰를 읽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이 책은 그것보다는 훨씬 무거운 마음으로 덮게 된다. 작가의 솔직함과 진지함이, 혹은 책임감이 많이 담겨있어서 그런가 보다.




겨울방학에 읽으면 좋을 멋진 작가 언니의 책

<책의 미로> 스물세 번째 책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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