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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뜨거운 안녕 (Vocal By 이지형), 토이

by 설애

졸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서 우르르 헤어지거나, 드문 드문 연락을 이어가다가 서서히 헤어진 적도 있고, 이사나 인사 발령, 퇴사 등의 어떤 기점을 통해 칼로 자르듯 헤어진 적도 있다. 학창 시절을 지나 회사에서도 나는 많은 사람들과 헤어졌다. 그 헤어짐을 맞으며 나는 덤덤하게 보였을지 모르나, 헤어짐을 앞두고는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뜨거운 안녕]을 들었다.




헤어짐이 섭섭하고 아쉬운 것은, 단지 그 사람과 헤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절을 모두 떠나보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람과 헤어지면 내 어느 시절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페이지를 한 번 더 보고, 쓰다듬는데 전력을 다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회자정리, 만나면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게 쉽지 않았다. 나는 만남은 좋았고 헤어짐은 싫었다. 나는 변화가 싫고, 안정이 좋다. 그러니, 어떤 이유에서든 주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았고 나는 속으로 크게 울렁거렸다. 이런 내가 가끔은 스스로 어리석고, 촌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들이 떠날 때만 울렁거리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떠나기로 결정할 때에도 같았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 끝났다는 헤어짐이 내게 더 컸다. 다른 사람은 쿨하게 헤어지는 것 같은데, 나는 여러 날 나를 달래어야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다. 내 생의 많은 순간이 그랬듯, 이 어렵고 힘든 순간도 노래가 함께 했다.

한 곡 무한 반복.

그 습관이 시작되면, 나는 고장 난 시계처럼 과거로 과거로 뒷걸음질 치다가 후루룩 앞으로 왔다가를 반복하여 휑한 마음을 채우곤 하는 것이다.




그 울렁거림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 진폭이 낮아졌다. '20대의 이별'과 '30대의 안녕'과 '40대의 떠남'은 비슷한 듯 다르다. 아직도 헤어짐은 싫지만, 내 인간관계의 진폭이 낮아진 만큼 내 헤어짐의 진폭도 낮아졌다. 만나면 떠난다는 회자 정리를 나도 모르게 체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또 어떤 헤어짐이 올 것인가.

그 헤어짐 앞에서 나는 또 이 노래를 꺼낼 것이다.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부디 행복한 모습이길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도
모른 척 스쳐 갈 수 있게
멋있게 살아줘
뜨겁게 뜨겁게 널 보낸다
안녕


[가사 전문]

조금 더 볼륨을 높여줘 비트에 날 숨기게
오늘은 모른 척해줘 혹시 내가 울어도
친구여 그렇게 보지 마 맘껏 취하고 싶어
밤새도록 노랠 부르자

이 밤이 지나면 잊을게
너의 말처럼 잘 지낼게
가끔 들리는 안부에 모진 가슴 될 수 있길
어떤 아픔도 견딜 수 있게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너를 품에 꼭 안고서 처음 밤을 새우던 날
"이대로 이 세상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어"
수줍은 너의 목소리 따뜻한 너의 체온
이 순간이여 영원하라

이 밤이 지나면 잊을게
너의 말처럼 잘 지낼게
앞만 보고 달려가자 바보처럼 울지 말자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부디 행복한 모습이길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도
모른 척 스쳐 갈 수 있게
멋있게 살아줘
뜨겁게 뜨겁게 널 보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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