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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1학년 소풍

담다디, 이상은

by 설애

국민학교 첫 소풍에 도시락을 싸들고 온 엄마는 나를 찾다가 놀랐다고 하셨다. 우리 반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까지 모두 둘러앉아 이룬 원 중앙에서 이상은의 [담다디]에 맞추어 혼자 춤추던 아이가 나여서.

나는 이 소풍은 기억나지 않지만, 집에서 담다디 노래를 부르며 춤춰보라고 한 것은 기억에 있다. 기분이 좋으면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다가, 기분이 나쁘면 짜증 내고 숨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사진은 부모님이 이혼하며 많이 유실되었는데 1학년 소풍 사진은 남았다. 국민학교 사진을 통틀어 4~5장 밖에 남지 않았다. 중학교 사진도 많이 없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내 사진은 내가 보관했으므로 좀 많이 남아있다. 사진과 함께 추억도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가끔 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둔 사진을 굳이 인화해서 정리한다. 정리되지 않은 사진처럼 추억도 증발해버릴까 봐 무서워서인지도 모른다. 이야기 나누지 않는 추억과 사진이 없는 기억은 쉽게 사라지고 애매해진다. 나는 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정리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성장의 기록의 액자로 빼곡한 집은 화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으로 같은 사진으로 추억을 기억하는 것이다. 앨범을 열고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조차 어려워진 나는, 그 귀함을 알고 있다.


집에 쌓인 앨범, 먼지 쌓인 앨범


나는 그런 것들조차 부러워했던 시기를 지나,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어른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잘 자랐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나를 키웠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를 만나고 나는 많이 안정되었다. 담다디를 추던 어린아이가 커서 그보다 큰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돌아보니 아득한 시간이다.




노래는 내 인생의 도피처이자 위로였다. 노래에 관한 글을 쓰며, 나는 먼지를 치우고 과거를 돌아보았다. 이제 앨범을 닫고, 다른 앨범을 만들 것이다.

완성된 이 브런치 북은 정리된 추억이며, 나의 정식 앨범이다. 나는 나의 이 작은 성취를 두고두고 아낄 것이다. 생각나면 펼치는 앨범처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가사는 옮기지 않으니,
노래 즐겁게 듣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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