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이는 나가기 시러요~~~
겨울이 오면 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 불을 켠다. 그 트리가 겨울밤을 지킨다. 겨울밤은 깊고도 어두우니, 그렇게라도 불을 켜두어야 한다. 트리를 꺼내 불을 켜는 일은 신나서 하는 일이 아니라, 담담하게 하는 일이다.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옷장도 정리한다. 서랍에는 얇은 옷을 넣고, 눈앞에는 두꺼운 옷을 꺼내 둔다. 목에 뭔가 닿는 걸 싫어하니 목티는 없다. 그래도 싸늘한 겨울바람을 막으려면 목도리가 필요하다. 손이 차니 가죽장갑을 꺼내고, 드라이클리닝해둔 코트의 비닐도 벗긴다.
겨울 준비는 담담하고 조용하다. 준비를 끝내고 나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고 싶어진다. 원래도 잠이 많아 일찍 자는 편인데, 겨울에는 버티기가 더 힘들고 더 쉽게 지친다.
내 별명은 곰이다.
남편이 붙였다. 사랑스러운 곰돌이면 좋겠지만, 미련곰탱이의 곰이다. 냉장고에서 날짜가 한참 지난 우유를 마셔도 모르고, 냄새도 잘 못 맡고, 사소한 차이도 잘 구분하지 못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어느 날은 시금치가 쉬었는지도 모르고 먹고 있었는데, 남편이 뱉으라고 했다.
“응, 왜?”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남편이 말했다.
“너는 맛이 이상하지 않아? 나 없으면 넌 아무거나 먹고 죽을 거야.”
이게 걱정인지, 욕인지, 가만히 생각하며 씹던 시금치를 뱉었다.
문제는 겨울이 되면 내가 더 둔해진다는 것이다. 반쯤 자고 있는 듯, 몸도 정신도 느려진다. 곰처럼 겨울잠을 자면 좋겠지만, 해 뜨기 전에 출근하고 해 지면 퇴근해야 한다. 그래도 휴가가 많으니, 겨울잠 비슷하게 며칠은 보내보려고 한다.
이번 겨울은 어떠려나.
아직 낮인데 벌써 졸리다.
동물들의 겨울잠은 영리한 선택이다. 겨울에 일해야 하는 인간은 미련곰탱이보다 더 미련하다고 생각한다. 낮은 짧고, 밤은 길다. 밖은 춥고, 길은 얼어 있다.
겨울잠, 인간도 필요한 게 아닐까?
이불 속은 동굴보다 따뜻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