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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_7. 웃기지만 이참에 웃는 놀이 하나

나는 하루 중 부엌 싱크대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하는 나의 발등 위로 올라오는 푸딩도 함께 따라다닌다


일을 하는 나의 몸은 싱크대와 거의 밀착된 비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푸딩은 젤리처럼 몸을 털커덕 나의 발등 위로 늘어 트린다

푸딩은 이 자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사료를 전해 주러 오셨던 보호자님도 집에서도 설거지하는 엄마 발등 위로 자주 올라와 냅돠~~ 눕는다는 일상생활을 전해 주셨었다


보들보들 털과 푸딩의 따스한 온기가 나의 발등 위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절대로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인덕션으로 가야 할 때도, 잠깐 뒤에 식탁에 다녀와야 할 때도 꿈쩍을 못한다

아니 안 한다 ㅋㅋㅋ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할 때 면 언제 따와 왔는지 조용히 나의 발등 위로 오른다


김치냉장고를 열 때도, 소파에 앉아 있을 때도, 내가 잠시 서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푸딩은 가리질 않았다


무조건 움직이지 않는 나의 발등만 보이는 것 같다 ㅋㅋ

웃기지만 이참에 웃긴 놀이 하나를 시도해 보았다


작은 아이와 둘이 서서 푸딩을 부른 후 가만히 서 있었다

오를 발등이 많아진 푸딩이 과연 누구의 발등 위를 선택할지.... 귀여운 푸딩의 선택을 기다렸다


고민도 필요 없이 나의 발등에 오른 후 작은 아이의 발등도  궁금했는지... 이리 올랐다 저리 올랐다 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듯했다


푸딩의 왔다리 갔다리 선택을 구경하며 작은 아이와 키득키득 웃었더니 발등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내 발등 위에 올라탄 푸딩의 쿵쾅거리는 심장이 느껴진다

푸딩의 따뜻한 온기는 사랑을 만들어 나의 가슴으로 흐르게 한다


푸딩의 사랑을 받은 나는 행복한 도파민으로 황홀해 한다


아~~ 사는 맛이 난다

웃을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갱년기 호르몬에 지배받는 삶 속 언저리에서 내게 사는 맛을 만들어 준다


달콤하고 향긋하다

담백하고 시원하다

부드럽고 상큼하다


메마른 나의 몸속으로 잊혀진 호르몬들을 재생시켜 준다


촉촉하고 건강하게 흐르는 뜨거운 피가 나의 심장을 두드린다


인생은 아름답고 즐거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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