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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_6. 한바탕 웃음 이벤트를 준 푸딩

푸딩의 점프력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간식을 기다리거나, 잠시 외출 후 돌아온 나를 반길 때의 점프력은 정말이지 하늘 꼭대기라도 오를 기세처럼 높이 뛰어오른다


그런데?

소파나 침대에는 잘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상했다

수직 높이 뛰기와 사선 높이 뛰기의 스킬이 다르다는 것인가?


푸딩은 일단 초코처럼 다리가 긴 편은 아니다

그러나 힘이 얼마나 좋은지 초코와 놀 때 보면 힘으로는 뒤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수직으로 세운 몸에 앞 발만 소파에 대고는 올려달라고 애원한다

또 밤에 자려고 침대로 올라가면 나의 뒤에서 점프를 시도 하긴 하지만 매번 실패를 인정한다

앞발로 침대 테두리를 긁어대며 올라오고 싶다는 눈빛이 간절하다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를 지닌 푸딩을 안아 올려 주면서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몸이 무거워서 못 오르나?.....'

'다리가 짧아서?'

'점프력의 기술이 부족한가?'

'높은 곳이 아직 무서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들 속에서 딱히 이유가 될만한 꺼리는 없었다


대신

푸딩에게서 도망을 다녀야 하는 초코에겐 더할 나위 없는 푸딩의 단점은 장점이 되곤 했다


감정이 고조돼서 피하고 싶거나 푸딩이 귀찮을 때 초코는 최고의 피난처인 침대나 소파로 부~~웅 오르며 푸딩과 거리 두기를 자주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푸딩의 점프력 실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나,

버디가 왔다 간 후로 초코의 피난처가 뚫리고 말았다


전보다 힘도 좋아짐은 물론이고, 소파 아래 쿠션이 있으면 쿠션을 활용하며 밟고 오르는 기술도 터득했다

이젠 침대든 소파든 못 오를 곳이 없다는 자신감이 날렵하게 오르는 발끝의 힘이 느껴졌다


푸딩을 피해서 밥을 먹어야 했던 초코는 소파나 침대가 더 이상의 안전지대가 아니게 되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크다니 정말 놀라웠다


며칠 전 나의 잠옷을 질질 끌고 오던 사건이 궁금해서 나는 푸딩을 테스트해 보았다


나의 잠옷 바지를 일부러 침대에 걸쳐 두었고, 잠시 마트를 다녀와 보았다


푸딩이 이번에도 잠옷을 질질 끌고 나올지 웃음으로 기대하며 현관문을 열자마자 푸딩 다음으로 거실 바닥을 보았다


역쉬나 ㅋㅋ


허물이 벗겨진 도마뱀의 마른 껍데기처럼 나의 잠옷 바지가 흐믈흐믈 널브러져 있었다

아니 그런데?

그 옆으로 옷이 아닌 침대에 깔려 있던 작은 담요들까지

질질 끌고 오다니 ㅋㅋㅋ

그 작은 입으로 담요를 물어 거실까지 질질 끌고 오는 장면을 상상하니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ㅎㅎ


"이서~~이서~~야 여기 바바 빨리 ~~ 빨리~~"

나는 다급하게 작은 아이를 불렀다 이런 장면을 혼자 볼 수  없지 말이다 ㅋㅋ

"왜? 엄마?"

"어~~여기 여기 푸딩이 만든 작품 구경하라구 ㅎㅎ"

"작품? 뭐지.. (나의 잠옷과 담요들을 보더니) 엄마 푸딩이 또 끌고 왔어? 담요까지도 푸~~하하하 너무 귀엽다 엄마 푸딩.. 아구구 정말 아기라서 이게 무슨 행동인지를 몰라 몰라... 그래서 더 귀여워... 그치 엄마"

"그러게 말이야 .. 지금 이 행동이 뭔지를 모르니까 더 귀엽당게 ㅎㅎㅎ"


한바탕 웃음 이벤트를 준 푸딩을 보면서 담요와 잠옷을 정리했다


그 뒤로도 푸딩은 자신의 침대도 끌고 오고, 인형도 끌고 오며 혼자서도 잘 놀아요를 보여 주었다

요즘은 세상에 전혀 예상하지 못 한 것까지 노리는 모습이 포착되곤 한다


싱크대에 걸쳐 있는 핑커 고무장갑이 타깃이 되었다

설거지를 한 후 잠깐 싱크대에 걸쳐 놓으면 어느새 와서는 물로 흥건하게 젖은 고무장갑은 푸딩에게 잡혀 있다

ㅎㅎㅎ


나의 손을 보호해 주는 사랑스러운 고무장갑이 구멍 나지 않도록 내가 알아서 잘 보관해야겠다


한 번 찜한 타깃은 잊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푸딩을 조심하고 조심하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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