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고품은 쓰기 싫어한다.
나는 당근거래를 2019년도에 처음 사용했다. 성향이 남이 사용했던 중고품은 쓰기 싫어하고, 싫증도 곧잘 내는 편이라 주로 내 물건을 판매하는 편이다.
이러한 성향은 사람에도 적용되어, 괜찮은 돌싱을 소개해준다고 할 때마다 나는 "저는 남이 쓰던 중고품은 안 써요"라고 맞받아친다.
'XX동 오피스녀'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였다.
처음 당근거래를 위해 아이디를 만들 때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어떤 쇼핑몰에서나 똑같이 사용하는 아이디 말고 '거래'를 하는 특성을 반영해서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었다.
코로나 이전인 19년도만 해도 당근 거래는 일반적으로는 만나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당연히 내가 사무실에 있는 동안에는 거래가 불가능한 시간이고, 채팅으로 "언제 시간 되세요?"라고 질문을 받는 것도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디에 '사무직'의 의미를 넣어서 상대방이 '이분은 아침 9시~저녁 6시는 거래가 안 되겠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친절하게 내가 사는 지역 이름까지 추가해서.
내 시각에서는 커리어우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오피스녀' 아이디로 이미 2건이나 거래를 한 시점이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남자 동료가 당근거래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길래 나의 운동기구 판매내역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하고 있는데, 동료의 눈동자는 흔들리면서도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진짜.. 이 아이디로 써요?" 계속 화면을 보면서 묻는 질문에 나는,
"네~! 너무 잘 지었죠? 딱 제 상황을 반영해서 제가 만들었어요" 라며 으쓱거리면서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그 동료는 몇 초간 침묵 후 조심조심하며 나에게 얘기했다.
"모르시는 것 같아서,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긴 한데... 제가 설명드리긴 좀 그렇고, 포털에 '오피스녀'라고 검색해 보세요. 지금 쓰시는 그런 뜻으로 쓰이는 단어가 아니라서... 얼른 아이디 바꾸세요"
포털에 이미지 검색을 하자마자 진짜 오피스에서는 입을 수 없는 옷을 입은 그녀들이 대거 등장했다.
주변 표정을 보니, 남자 동료들은 다 아는 것 같고 여자들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
'그 단어'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다니.
친구가 없어서 인지, 너무 바빠서 인지, 아니면 둘 다인 건지...
'그 아이디'로 운동기구와 가방을 판매했는데 다행히도 거래 상대방은 '여자' 분들이었다. 특히나 운동기구는 무게가 있어서 집안으로 들어와서 가져가는 거래 조건이었는데 큰일 날 뻔했다.
운동기구의 조회수는 117건이었다. 에구머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