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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Apr 15. 2024

타인에서 손님으로, 부모님과 함께 화담숲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https://youtu.be/f06dSoQPX2U?si=NeJi5R7CC2Rkq-3Q

10cm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1

날씨는 아무래도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언젠가부터 미리 어딜 가야지 하고

마음 먹은 다음엔

날씨 문제는 아예 포기를 한달까요.


어차피 예약을 했고 가기로 정했다면

날씨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는게

습관이 되어서 사실

하늘이 이렇게 맑은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도착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야 알았어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전 이 브런치북 제목처럼

집돌이라 겨울에도 스키장을 거의 안가봐서

곤지암리조트에도 처음 가봤습니다.


여기 시즌권을 끊고

보드로 상급자 코스만 타고 다니던 동생은

이제 아이가 셋 딸린 애엄마라 과연

그 실력이 살아있을까가 순간 궁금해졌더랬죠.


화담숲은 곤지암리조트 옆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입구까지 은근히 경사도가 있는 길이다보니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게 편합니다.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2

되도록이면 적어도 일 년에

두세 번은 부모님을 모시고

짧으면 일박 이일이라도

여행을 다니려고 하고 있어요.


어느새 두 분 다 칠순을 지나시다보니

솔직히 조만간 멀리 다니시기가

힘든 체력이 되실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이미 장거리는 쉬엄쉬엄 다니거나

이동수단에 대해서 고민을 해둬야 합니다.


결론은 단순해요.

역시 젊을 때, 쌩쌩할 때 노십시오.

(이렇게 말하면 절 아는 분들은

너나 제발 그래라 하시겠지만요 ㅎㅎㅎ)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3

화담숲 입구 바로 옆에

얼마전 화담채라는

전시공간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예약할 때 화담채까지 예약을 했습니다.

사랑채를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전반적으로 공을 많이 들인 건물이었어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작품 전시를 위주로 하는 본채와

화담숲 입구 및 주변 전경을

둘러볼 수 있는 공중정원

그리고 미디어아트 상영물을

볼 수 있는 별채가 있었습니다.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본채에서도 미디어아트를 하는데

방문객이 물고기에 직접 색칠을 하면

스크린에 색칠한대로 물고기가 나와서

유영을 하더라고요.


글을 써도 그대로 나온다는

직원분의 안내를 들으신

어머니는 가족 행복하길 기원하시며

마치 석가탄신일에

연등을 달 때나 쓸 글을

(5대째 개신교집안입니다)

물고기에 써서 올리셨어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별채는 미디어아트만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사방에서 쏟아지는 그래픽이

꽤나 볼만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짧고

내용도 신선하지가 않았어요.


비교군이 없었다면 신기해 했겠지만

하필 작년 여름에 가족들과

강릉 아르떼뮤지엄을 다녀왔기에

저나 부모님이나 약간 아쉬워하며 나왔습니다.


화담숲의 사계와 개화를 주제로 했던데

근본적으로 사계를 다루는 미디어아트는

강릉에서도 본 거라 색다르지도 않았고

개화를 다루는 미디어아트는

주제의식이랄 게 느껴지질 않더군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시간이 너무 짧아요.

공간이 좁다보니 상영시간이 길면

체류인원이 너무 많아질까봐 그랬을까요?


강릉에서는 혼자 오신 분들도

여기저기 바닥에 자릴 잡고 앉아서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고 계시던데

 공간을 맘껏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풍겨내는 자유로움이

또 다른 작품처럼 느껴져서 좋았거든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4

화담채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결론이 튀긴 합니다만...)

특히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셔 좋더라고요.

화담채 구경을 마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화담숲을 올라가보기로...

는 아니고 모노레일을 타러 갔습니다.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나름 검색을 해보고 다녀온 친구들의 말로도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다음

내려오면서 구경을 하는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되면 자세히 못보는

구간이 생길 수는 있겠으나

모든 여행은

특히 부모님과 다니는 여행은

체력안배가 중요합니다.

(제 체력도 중요하고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모노레일은 5분 간격으로

예매를 하고 탈 수 있었는데요.

분명히 안내문에

'입석이 기본'이라고 적혀있었으나,

줄을 서고 코 앞에 갈 때까지

입석인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타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서서 가도 그다지 힘들진 않습니다.

직원분의 안내대로 자리는

노약자에게 양보하는 게 기본이겠죠.

그리고 서서 가는 게

바깥구경하기는 더 좋아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예약할 때 미리

벚꽃 개화시기 같은 걸 체크했어야 하는데

사실 그걸 체크도 안하고 예약을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도

날짜를 옮길까 여쭤봤는데

다 같이 다녀오는 게 중요하지

꽃이 얼마나 중요하냐

그러셨거든요. 그러나 역시

꽃이 남아있으니 좋아하시더군요.


작년에는 너무 빨리 폈다 하더니

올해는 생각보다 늦게 펴서

느지막한 봄나들이에도

꽃이 많이 남아있더라고요.

정말 봄날의 아가씨 마음처럼

알 수 없이 묘한 게 꽃 피는 시절인가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한자 선생님이

알 수 없다는 뜻의 한자인 묘妙란 글자가

여자女에 어리다는少 글자가 붙어있다며,

아리따운 아가씨를 짝사랑하던 남자가

만든 글자가 아니겠느냐 하셨더랬죠.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요.

다 알 것 같으면 더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니

더는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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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2승강장에서 내린 우리는

본격적인 하강과 함께 화담숲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전 본격적으로 부모님 사진을 찍어드리면서

틈틈히 주변 사진도 찍었습니다.


지나가는 한 아가씨가 본인의 어머니에게

"눈으로 담으라고, 눈으로!"

라고 역정을 내는데

괜히 제가 뜨끔했어요 ㅎㅎㅎㅎ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나무 정원이 꽤 마음에 들더라고요.

전반적으로 편하게 길도 잘 닦여있고

중간중간 쉼터도 많아서

편하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내려오기 좋았습니다.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솔직히 분재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차피 숲인데 또

분재 테마를 꾸릴 필요가 있을까도 싶고요.

그런데 또 수석은 신기하더라고요.

특히나 건너편 산을 배경으로 놓은

산 모양 수석은 정말 재미있더군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중간부터 본격적으로 꽃들이 피어 있었어요

너무 반짝거려서 마치

조화인 것만 같더군요.

자연의 빛이 이렇게 쨍하고

반짝거릴 수 있는 걸까

문득 꽃 앞에서

'난 참 아는 게 없네' 싶어졌는데

이 기분의 출처는 무엇이었을까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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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참 잘 가꾸어져 있다 싶고

여기저기 정성이 들어간 흔적 때문인지

그래서일까

숲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분재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숲 이름 자체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호인

화담和談에서 왔다고 하는데

문득

이런 숲을 가꿔서 공개한다는 일 자체가

그냥 돈이 많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겠다 싶었어요.


물론 사람의 마음은 백퍼센트 순수한

어떤 물질의 결정체 같은 건 아니어서

아무리 좋은 마음에도 어느 정도의

허영과 명예욕 같은 것과

그룹의 이미지 재고 같은

무형적인 이득에 대한 계산속도

당연히 섞여 있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담숲을 거닐다보니

뜻하지 않게 괜찮은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은 기분이었달까요?

이 숲에서는 내가

타인이 아닌 손님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난 내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들을

타인으로 만드는가,

손님으로 맞아들이는가...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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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물질적인 여유만을 쫓아가다보니

마음의 자리가 너무 좁아진 게 아닐까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는 이유로

마음이 쪼그라드는 걸

모른척 내버려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며 숲을 걸었습니다.


가장 척박한 땅인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은 낯선 타인을

손님으로 환대하고 대접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하죠.


갑자기 나타난 타인을 손님 삼아서

마치 왕이나 혹은 신처럼

대접하는 문화를 모두가 지킨다면

나도 언젠가 타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갔을 때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식집사이신 어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어드메 깡시골에다

산 한자락 사다

지금부터라도 꾸며볼까 하시기에

그럴 돈이 어디 있소 하지 않고

당장 아호부터 하나 지어놓으시라

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숲을 가꾸어 누군가에게

열어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낯선 누군가를 손님으로 맞으며 살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집에 돌아와보니 어머니가 심어놓으신

라일락이 활짝 피었습니다.

나갈 때는 모르겠더니

숲을 한참 헤맨 후 돌아와보니 느껴지네요.

라일락 향이 진하고도 부드럽다는 게 말입니다.

24. 04. 12.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




화담숲은 예약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어플이나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하시고요.

가격 변동사항이 생길지 모르지만

성인은 입장료 11,000원

저희 부모님은 경로우대(만65세이상)적용해서

9,000원에 다녀왔습니다.

화담채는 개관 이벤트로

50%할인해서 인당 2,500원

(4월까지 진행한다고 해요)

모노레일은 성인, 경로 모두 5,000원입니다.

주차비는 무료였습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고

입장마감은 오후 5시라고 해요.

운영시간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전 화담숲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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