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분노, 스타벅스 e프리퀀시
어매는 스벅 마니아다. 사실 스벅 마니아라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그건 마치 누구나가 다 좋아하는 아이유를 좋아한다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채 플레이리스트엔 온통 아이유 노래 뿐인 것과 마찬가지랄까. 아마도 분기별로 옷 한 벌도 살까 말까 한 어매가 일상에서 유일하게 부리는 정신건강을 위한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첫째도 애정을 듬뿍 담아 스타벅스를 ‘커피집’이라 부른다.
‘커피집’을 다니는 시즌 중 제일 신나는 시즌은 여름이다. 매 해 여름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벅스 e프리퀀시 증정품 이벤트가 열린다. 미션 음료 세 잔 포함 총 17 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증정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작년 2020년엔 서머 레디 백의 인기가 엄청났는데 난 비치타월과 캠핑의자 두 개를 받고 대만족 했었고 서머 레디 백은 실용성면에서 꽝이라 판단해 말 그래로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2021년 여름, 실용주의자 어매의 판단엔 그나마 아이스쿨러가 낫겠다 판단,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진 않지만, 소소하고 천천히 그리고 온건하게 e프리퀀시를 모았고, 도저히 먹기 싫었던 미션 음료 및 남은 일반 음료 개수는 가족들에게 십시일반 나눔 받았다.
‘드디어 아이스쿨러 핑크를 받는 건가!’
아주 순진무구한 발상이었다. 그냥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7시 온라인 오픈런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첫 증정품은 순진하게도 싱잉 랜턴 핑크를 받고 마는 실수(?)를 저질렀고, 7시 오픈런을 알고 난 뒤엔 매장을 코앞에 두고(자택은 용인입니다) 가보지도 않은 서울의 매장에 가야하나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 어린 둘째를 데리고 종로로 갈까요 영등포로 갈까요 차라리 청량리로 갈까요 추추!’
맙소사…여러 번의 광클 끝에 예약 가능 매장은 역삼동… 헬게이트인 서초 ic를 지나고 일방통행 도로를 빙 둘러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하는 곳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을 했다.
직업 특성상 늦게 출근하는 남편에게 같이 운전해서 가달라고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역시나 늦게 퇴근해서 매우 피곤할 거란 것도 알기에 차마 부탁할 수 없었다… 고 생각한 게 어리석었다!
“네가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데 좀 물어보지. 난 당연히 갔어 여보!” 란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배려심은 기회를 놓친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았단 생각이 들었다.
‘기회를 잡았어야지! 아휴 바보야!’
이미 취소한 상태였고, 다음날 절망적인 공지가 올라왔다.
‘핑크 아이스쿨러 전량 소진’
오 마이 갓! 내가 예약 취소했던 그것이 마지막 핑크였다.
신세한탄과 자책을 하다가 그린 아이스쿨러라도 예약할 심산으로 당일 예약이 풀리길 기다리며 오픈런 광클을 했지만 서버 마비, 겨우 7시 10분에 접속 성공해서 춤을 추었는데…
‘망할 Shake to pay!!!!!!!!’
춤추다가 휴대폰을 흔들어버려서 결제창으로 전환되는 대참사가 일어나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핑크 때 한 번 겪은 일이었는데 이번엔 춤추다가 이 꼴이라니… 황망한 심정이었다. 결국 7시 10분 전부터 난리를 치다 8시가 넘어서야 접속에 성공하고 예약은 이미 불가.
이제 화도 안 난다.
내일 공지가 뜰 듯 싶다.
‘아이스쿨러 그린 전량 소진’이라고…
얼마 전 최고가에 샀던 신세계 주식(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신세계가 보유)도 폭락한 마당에 주가도 내 호감도에 따라 비례하여 달라지나 싶었다.
‘ 이제 그만~~’
어매야, 솔직히 갖고 싶기보단 못 받은 자의 오기였다고 인정하자. 그게 슬기로운 엄마의 멘탈 관리를 위한 길…
자! 하원 시간이다! 첫째 데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