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엄마

저장강박증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by 생각잡스 유진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방이 3개나 있는 집의 거실에서 생활하는 엄마를 보고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막내는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고 두 아이는 5. 6살이라 아직 방이 필요없었다. 한 칸은 부부와 아이들이 지내는 방, 다른 하나는 드레스룸, 현관 가까운 방은 엄마에게 드렸다. 집에서 공부방을 하던 때라 막내를 낳고 엄마가 아이를 봐주시기로 하고 오셨다. 분명 엄마방이 있다. 아니 있었다. 그런데 없다.

그 방은 이제 방이 아니다. 창고다. 당장 쓰지 않는 사용처도 알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국경을 넘나든지는 오래다. 멀리 유럽에서 온 물건부터 가까이는 근현대 한국에서 사용하던 것까지 종류도 가지가지다.

문을 열어보기도 두렵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육아용품에 엄마 물건까지 한 번에 쌓이니, 잠자리만 겨우 있을 뿐 집안 곳곳 물건 더미다. 더미라는 표현이 딱 맞다. 이건 산더미같은 더미다.


집 안을 둘러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를 모르겠다. 차근히 살펴보니 신혼 때 산 가구들과 아이들 용품을 빼고는 내가 새로산 물건은 거의 없다. 모두 엄마가 새로 들여온 물건들이다.

몰려오는 스트레스에 청소를 시작했다. 엄마 물건에 손을 댈 수가 없어 아이들 물건, 내 옷부터 버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아끼는 물건들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서 청소를 이어갔다. 눈치 빠른 엄마는 물건으로 가득찬 원래 엄마방이었던 물건들의 방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쾅’ 문이 닫힌다.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엄마, 식사 어떻게 하실래요?”

“................”

“엄마?”

안방에서 물건을 정리하면서 큰소리로 여쭤봤다. 대답이 없으신 엄마.

둘째 아이에게 할머니방에 가서 말씀드리라고 시킨다.

“엄마, 안 드신대요.”

느낌이 좋지 않다.

들고 있는 옷가지를 내려놓고 엄마방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보니, 정리중이시다. 아니 정리중인 척이시다. 분명.


갑자기 소리를 지르신다.

“약 하나면 그냥 끝낼 수 있어.”

‘이건 무슨 소리지.’

흐느껴 우시는가 싶더니 이내 서글피 울부짖는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살고 싶지 않다. 나도...”

눈치 빠르신 엄마는 딸이 집정리를 하는 이유를 직감하셨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모습을 들켜버려서 일까 되려 크게 화를 내신다.



“엄마....”

나도 운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무심했다.

엄마가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무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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