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생활 공간이 좁아지면서 가족 간 마찰이 잦아졌다. 특히, 10년도 안 된 부부 사이가 조금씩 틀어지고 있었다. 항상 어른에게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편은 장모인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싫은 내색을 해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은 내가 감당할 몫으로 남는다.
평일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 남편은 새벽 6시쯤 집을 나서 저녁 8시가 되어야 들어 온다.
나의 경우도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서 수업을 마치는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집에 들어온다. 수업은 오후 1시부터인데 7시쯤 되면 집을 나선다. 집 안에 있으면 갑갑함을 느끼던 때가 이때부터였던 듯하다. 그러니 자꾸 밖으로 나돈다. 복잡한 집이 내 인생도 꼬인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있고 싶지 않았다. 집은 이제 머물고 싶은 공간이 아니다. 내 첫 집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물건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산더미같은 짐들은 가족들의 행복을 야금야금 빼앗고 있다.
주말이 되면 아슬아슬한 분위기와 남편과의 충돌로 아침부터 싸움으로 시작된다. 한 달 중 평화로운 날을 찾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문제가 있다. 이대로 지내다가는 내가 먼저 돌아버리겠다.’
남편의 성격 탓으로 해오던 나는 객관적인 눈으로 지금의 상황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이 모든 것이‘물건’ 때문이란 것을. 공간을 삼킨 물건들이 사람이 설자리도 뺏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이사온 지 2년째가 되는 해였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 이사 갈까?”
“에이, 어떻게 가요. 이사온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이사를 가자고요?”
둘째가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적응하고 있는 4월이었다. 큰애는 겨우 2학년. 이사 온 동네에서 이제야 친구들이 생긴 상황인데 또 떠나자고 한다. 7년간 생활했던 곳에서 온 지 겨우 2년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다.
평생을 떠돌이처럼 살아온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마을에서 같이 차 한 잔하며 마음을 터놓을 만한 지인을 사겨본 일이 없다. 늘 몇 년간 생활하다가 떠나왔다. 나도 나인데 아이들에게도 새로은 지역의 학교와 친구들이 낯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리고, 셋째. 지금의 어린이집에서 좋은 선생님에게서 잘 적응하고 있는데 상황이었다.
평소 결단력이 빠른 나도 잠시 멈칫하게 된다.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알았어요. 일단 내가 주말에 그 동네 한 번 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