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by 생각잡스 유진


“사모님, 오늘 집 보러 갈 건데 댁에 계셔요?”

“네, 사장님, 집에 엄마 계실 거에요. 언제든 오셔요.”

“네, 그럼 손님 모시고 30분 뒤에 갈게요. 어머님께 말씀 부탁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부동산이 이슈였던 시기다. 언론매체마다 부동산 상승을 연이어 예견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돈 가방을 들고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며 유망지역에 투자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로 붐빈다고도 한다. 내가 사는 지역도 그런 여파가 있는지 하루에도 평균 2팀 이상 집을 보고 갔다. 그런데 우리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우리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사모님, 집에 짐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정리를 좀 하는 게 어때요?”

“아..네 사장님. 알겠습니다.”

“인테리어는 이쁘게 잘 되었는데,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사모님.”

“네, 제가 정리해볼게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구석구석 있는 물건들은 버리는 게 답이었다. 대부분이 엄마의 물건이라는 게 문제였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다.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해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밖으로 표현했어야 하는 화는 내 안으로 끌어안았다. 마흔이 넘을 때까지 엄마에게 짜증한 번 내 본 적이 없다. 나는 엄마가 어떻게 살아오셨고, 얼마나 고생하시며 우리를 키우셨는지를 잘 아는 큰딸이다.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엄마에게 나던 화는 결국 가족과 나 자신에게로 방향이 바뀌었다. 남편과의 다툼이 잦아지고 아이들에게 짜증이 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매일이 불안했다. 나도 아이들도 남편도.



어느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엄마, 베란다에 있는 항아리를 팔아볼까요?”

앞 발코니에는 지역별 전통 옹기가 서른 개가 넘게 들어있었다. 발코니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항아리는 엄마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이다. 기와집에 된장, 고추장, 간장을 항아리에 가득가득 담에 너른 마당 한 편에 두는 것이 엄마의 꿈이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마음을 나눠주듯 장을 나눠 주고 싶어 하신다. 솜씨 좋은 엄마의 장맛은 특별하기도 했다.

“그래, 너가 팔아봐라.”

어렵게 말씀드렸는데 의외로 흔쾌히 받아들이신다. 어리둥절하다.

화를 내실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다.

다음날 중고거래플랫폼에 올리고 아끼는 옹기 10개만 남기고 20개를 일괄처리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시골마당을 옹기로 꾸미려고 하는 분이 구매하러 오셨다. 지인과 함께 오셔서 suv차를 하나하나 싣기 시작했다. 거의 실어갈 무렵 물으신다.

“이 많은 옹기가 다 어디있었어요? 이게 모두 아파트에서 나온 거에요. 우와?”

“아....네......그렇죠.”

옹기 값 7만 5천원. 집으로 들어서서 엄마께 드렸다.

“네가 써라.”

“아니야. 엄마. 이건 엄마 물건이잖아요. 넣어 두세요.”



다음 날 또다시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엄마 거실에 있는 약장 파는 건 어떠세요?”

“..........”

“아니면, 그냥 가져가죠. 저건.”

“그런데, 제게 팔릴까........?”

한약방에서 쓰던 약장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약방을 하시던 어른이 쓰던 물건이다. 30년도 더 된 오랜 약장이다. 칸칸이 열면 여전히 한약재들의 냄새가 남아있다.

“한번 팔아볼게요.”

이번에는 안산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하는 사진작가분이 오셨다.

큰 트럭을 가지고 와서는 싣고 갔다.

약장을 판 돈 10만원 엄마께 드렸다.



그 다음날, “엄마, 미싱을 팔아볼까요?”

“엄마, 저 엔틱 시계 파는 건 어때요.”

이렇게 조금씩 팔기 시작했다.

미싱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일하러온 외국분이 가져가셨고 엔틱시계는 중고물건판매를 하시는 분이 가져가셨다. 물건들은 기가 막히게 적재적소 주인을 찾아갔다.



그런데도, 아직 멀었다.

판 물건 보다 팔아야 할 물건들이 태산이다.

태산이다.

내 걱정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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