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네이버 물건보고 전화드려요. 202동에 나온 매물 아직 매매가 안 되었을까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그 집 아직 거래 안 되었어요.”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보러 갈 수 있을까요.”
“네, 시간 알려주시면 집주인분께 전화해놓을게요.”
한창 부동산 버블기 조짐이 보이던 시기다. 누군가는 집값이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역세권에 GTX사업도 확정된 곳이라 앞으로 기대 상승폭이 클 것이다. 그걸 포기하고 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쓰리다.
첫 번째 집을 산 이후로 부동산에 민감해져 있다. 2년 만에 집값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근로소득보다 더 낫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때다. 새로 이사갈 지역은 상승 기대 요소가 부족하다. 이미 지하철 개통으로 오를 만큼 오른 지역이다.
많은 짐을 해결하기 위해 잘 팔리지 않는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궁금했다. 낯선 동네도 궁금하고 넓은 집의 실제 크기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면 고민이 더 깊어질 것 같아 남편에게 이야기 들은 그 주에 바로 약속을 잡았다.
‘일단 보기만 하자, 당장 가는게 아닌데 보는 건 어때.’
아파트 정문을 통과하고 만나기로 한 202동 앞에 주차를 했다. 5분 정도 후에 부동산 사장님이 오셨다.
“어디서 오셨어요?”
“부천에서요.”
“아. 요즘 거기서 많이들 이사오세요. 여기가 앞으로 괜찮은 곳이거든요.”
“아~그래요?”
솔깃한 말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올라가실게요. 주인분께서 지금 외출하셔서 문열고 들어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네.”
52평의 아파트. 현관문이 문열렸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현관이 우리집 방 한 칸의 크기다. 현관에 들어서기 전에 큼지막한 전실이 맞아준다. 자전거면 생활 잡동사니들이 정리되어 있다.
‘큰일이다. 벌써 마음에 든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이미 마음은 이사를 와서 우리집 가구들로 배치되어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방이 4개, 화장실이 2개, 커다란 주방에 수납장소로 최고인 앞뒤의 널찍한 베란다까지!!
보러 오기 전에 남편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그 아파트는 여자들이 보고 오면 당장 이사가자고 하는 곳이래.”
“에이..그럴까.”
그렇다. 벌써 이사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사모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다른 평수들도 보시겠어요?”
“아..아니에요. 굳이요.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데요.음..그런데 모처럼 왔으니 그럼 한번 보고 갈까요?”
“잘 생각하셨어요. 지금 평수별로 나온 집들이 공실이 있어서 바로 보여드릴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머!어머!어머!어머.”
60평대에 들어서면서 내는 감탄사다. 아파트가 이렇게도 클 수가 있구나 싶어 연신 알 수 없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온다.
“엄청나네요. 운동장이에요.”
“70평대도 보여드릴게요.”
“70평이요?”
바로 앞 동으로 이동해서 70평대의 아파트로 향했다. 현관을 들어서서 집 내부 안쪽까지 들어가는 데 한참이 걸렸다. 방이 5개, 화장실이 무려 3개나 된다. 자전거 10대는 세울 수 있는 전실에 안방 화장실은 30평대 아파트 방 크기 하나다. 크기에 압도 당하고 화장실 수에 감탄했다.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보는 게 아니었어.’
“감사합니다. 사장님. 잘봤습니다. 상의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 이어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내가 무엇을 봤는지 상세하게 전하려 노력했다.
남편은 예상하던 반응이라는 듯
“그럴 줄 알았어. 보고 오면 가고 싶어 할 거라고 했잖아.”
“그러게 말이야. 이럴 줄 몰랐네.”
그때부터 난 병이 나기 시작했다. 70평대 아파트에 사는 꿈을 꾼다. 잠이 들었을 때도 깨어있을때도 머릿속은 온통 이사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을 주고, 멋진 서재를 꾸며 매일 그곳에서 차 한 잔과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결심했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 아파트 매물로 좀 올리려고요.”
행동이 생각보다 앞서는 나는 이미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거야. 그래, 가자. 행복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