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겠습니다.

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by 생각잡스 유진

“학교 다녀왔습니다.”

“................................”

아무도 없다. 있을 리 없다.

엄마와 아빠는 일하러 가셨고, 동생들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교를 하고 집으로 곧장 오는 이유는 청소를 하기 위해서다.

친구들하고 운동장에서 놀고도 싶지만 나는 집으로 곧장 온다.

일단, 집으로 돌아와 어지러운 집을 정리하고 나간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바쁜 엄마를 위해 집안일을 도왔다.

아침, 저녁으로 피곤해 보이는 엄마를 돕고 싶었다. 늦은 밤에 들어와 12시를 넘겨서 잠들고 다시 일터로 나가는 엄마가 그렇게도 안쓰러웠다. 그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학교 갈 무렵 잠들어 있는 엄마를 깨우기가 미안해 동생들의 도시락을 손수싸보기도 했다. 불 조절만 하는 되는 솥밥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조리를 해야하는 반찬을 만드는 것까지는 초등 3학년 아이에게는 무리였다. 냉장고를 뒤져 도시락 반찬으로 넣을 만한 찬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하루일과였다. 반찬이 없는 날은 김치와 콩자반만 챙겨가는 일도 다반사다. 염소똥만 싸 온다며 따돌리던 철없던 시절의 그 친구도 생각난다.



닫힌 안방 문 앞에 서서 인사한다.

“다녀오겠습니다.”



동생들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한다. 동생들에게는 엄마, 아빠보다도 더 엄하다.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어느새 달려가서 보호자 역할을 한다.

그때는 그랬다. 나는 큰딸이니까.


다정다감하지 못한 아빠의 성격으로 엄마와의 다툼이 잦았다. 다정한 모습의 남편은 내 기억엔 없다. 가정 살림과 경제에 엄마의 역할이 컸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때는 사는 데 쫓겨 외로움을 못 느꼈을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빈자리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엄마의 ‘저장’은 시작된 것 같다.


지금의 남편은 아빠와 비슷한 점이 많다. 무뚝뚝한 성격, 가정보다는 일이 중요한 남자. 따뜻한 눈빛으로 바로봐주는 날이 많지 않은 그런 사람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외로움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옷장 문을 열어 보았다

똑같다.

엄마와 똑같다.

입지도 않는 옷가지로 겹겹이 쌓인 옷들이.


그렇게 나는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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