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혼하려고.”
“무슨 소리야. 언니, 갑자기 왜?”
“아...그게.. 그동안 좀 힘들었어.”
“어휴,,,”
“엄마도 그렇고 형부도 그렇고 둘 사이에서 내가 많이 지친 것 같아.”
“엄마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언니, 나도 미치겠어.”
나와 남편의 이혼 이야기는 어느새 엄마의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엄마 짐이 너무 많아.”
“너희 집에 엄마 짐이 왜 있어?”
미혼인 동생은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가 물건을 우리 집으로 보낸다.”
“뭐?”
우리 집에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엄마는 동생네 집으로 물건을 시키기 시작하신 거다. 작은 소품부터 시작해서 큰 가구까지 들어온다는 거다.
“이거, 큰일이다.”
“그러게, 언니, 말도 못 하겠고 어쩌냐. 미치겠어. 정말.”
“이걸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엄마한테 병원 가자고 해볼까.”
“그러면, 난리가 날 텐데....감당이 될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요즘 그게 흉도 아니고 말이야.”
“휴~~~~~~.”
“언니 그거 알아?”
“뭐.”
“엄마 말이야. 30대 시절부터 우울증 약 드셨건 거.”
엄마를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나, 큰딸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에 다소 놀랐다.
“엄마가?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어?”
“지난번에 언니네 놀러 갔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 말씀을 하셔서 나도 놀랐어.”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밝고 호탕한 성격이시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이 불안정했던 그때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는 아이셋을 키우기 위해, 버티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물건에 의지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계셨을 때는 그럴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일종의 스트레스 풀이였다고도 생각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 이유가 또 다른 버티기로 나타난 듯하다.
엄마는 미웠던 아버지를 보내고 나서도 멈추지 못했다.
그건, 아마도 엄마 나름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