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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Oct 20. 2024

40대 우아하지 않은 미용생활

그림. 유진

미용실에 자주 가지만, 여전히 미용실의 서비스는 낯설다. 머리를 몇 시간 동안 타인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 언제쯤 자연스러워질지 의문이다. 특히 머리 감을 때 뒤로 눕는 의자에서는 눈을 떠야 할지, 감아야 할지, 손은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하다. ‘이게 서비스를 받는 편안한 태도가 맞나?’ 매번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집에서 40분 거리의 새로운 미용실에 갔다. 낯선 디자이너, 낯선 환경. 그 조합은 나를 더 주눅 들게 했다. 머리가 심하게 손상되어 복구펌을 해야 했고, 시술 시간은 무려 4시간. 이곳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생전 처음 접한 머리감기 의자였다. 시술 도중 화장실 타이밍을 놓쳐서 소변을 참아야 하는 상황에서 첫 번째로 머리를 감으러 갔다.


유진, 그림



의자에 앉자마자 천천히 뒤로 젖혀졌는데, 안마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안마가 아니라 진동, 그것도 빠르게! 그 순간 내 안의 절박함이 커졌다. "제발! 이 진동을 멈춰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참았다. 결국 머리를 감자마자 화장실로 전력질주! 정말 창피하다. 우아한 40대의 모습은 질주와 함께 달아났다.     

펌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한 시간쯤 뒤 두 번째 머리 감기 타임이다. 1차 감기에서 두터운 온열 매트로 인해 의자가 뒤로 넘어갈 때 깊숙이 앉는 게 힘들어 의자 손잡이에 힘을 주고 살짝 위쪽으로 올려 자세를 고쳐 앉았다. 


2차에서는 처음부터 자세를 잘 잡고 앉고 싶었다. 엉덩이를 의자 가운데보다 살짝 위쪽으로 밀어넣었다. 착지가 좋은 느낌이다. 의자가 서서히 내려간다.      


유진, 그림



'아뿔사.' 이번에는 너무 위쪽으로 앉은 거다. 세면볼에 머리 목선이 걸쳐져야 얼굴이 천정을 향하게 되는데 살짝 올려 앉은 탓에 어깨선이 닿아버렸다. 디자이너 방향에서 보면 머리를 뒤로 젖힌 괴기스런 손님의 얼굴을 봐야한다. ‘이를 어째.’

슬쩍 아랫방향으로 살짝 움직여본다.

”손님 불편하세요?“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뭔지 모르게 창피해, ”아니요.“ 점잖게 대답한다. 

‘제가 불편한게 아니라 선생님이 제 얼굴이 불편하지 않을까요......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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