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알바천국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점점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급류에 미처 떠내려가지 못한 슬리퍼 한 짝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내 인생의 방향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어느새 40대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아직 마음은 철없는 20대인데 곧 '쉰'이라는 낯선 숫자의 인생 속으로 들어간다니 덜컥 겁부터 난다.
뒤돌아보면 그동안 아들 셋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다.어느덧 아이들은 하나, 둘, 자기만의 공간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자유가 생겨서 좋을 줄만 알았는데, 무엇을 해야 할 줄 몰라 제자리만 빙빙 도는 강아지마냥 처량한 신세가 된 기분이다.
남편 혼자 버는 외벌이로 빠듯하게 아들셋을 키웠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돈의 크기와 무게는 커져만 갔고, 덩달아 삶은 점점 폭폭해져 갔다.
100세 시대.
앞으로 먹고 살 궁리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내 눈 앞에 두렵게만 다가온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편 월급 말고 또 다른 수입의 창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런 무거운 생각들로 사로잡히자 언제부터인가 알바천국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결혼 21년차, 제주 10년차, 아들셋맘, 전업주부.
그동안 내 인생 스토리는 빼곡히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들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력서에 적어야 할 경력과 자격증은 텅 비어 빈 칸만 남아 있었다.
그저 무능력해 보이는
나이 많은 중년의 경력단절여성.
이것이 현재 내 모습일 뿐이었다. 나는 작은 핸드폰 창 안에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찾고 또 찾았다. 여러번의 좌절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수없이 당하는 거절은 지금까지 내가 산 인생까지도 잘 못 살았다고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은 볼품없이 구겨져만 갔다. 그야말로 마음의 보릿고개를 혹독하게 통과하는 중이었다.
바깥은 여름, 내 마음은 겨울인 시간들은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자격증 없고, 경력없고, 나이 많은 아줌마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안정되고 그럴싸한 멋진 일자리는 아무리 까치발로 넘보려고 해도 소용 없었다. 대신 남들도 하기 싫고, 힘든 일들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더이상 검색만 하고 시간만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 뭐 라도 한번 해보자!’
검색창에 설거지 알바를 입력했다.
어렸을 때 조차 알바 한 번 해보지 않았는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설거지 20년차 전업주부인데
욕은 먹지 않겠지?
혹시 일하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내 마음은 괜찮을까?
이 나이에 궂은 일 하다
병원비만 더 나오는 건 아니야?
이런 저런 생각들로 망설이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잘 할 수 있을거야!'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나의 첫 알바, 설거지옥의 문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