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에세이) 30. 항상 들고 다니던 라켓 수난사

아픈 라켓아 부디 나를 용서하소서

by 롱다리박

"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학창 시절 축구를 좋아했을 때는 축구공을 죽부인처럼 안고 잠을 잤다. 그 후로 사랑하게 된 탁구. 역시 라켓을 항상 들고 다닌다.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종종 생긴다.



1. 5년 전 먼 길을 가기 위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출출해서 휴게소에 들러서 허기를 달래고 화장실을 들렀다가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다음 휴게소가 나왔다. 그냥 지나치는데 뭔가 등골이 오싹하고 마음이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차. 라켓을 조금 전 들렀던 휴게소 화장실에 두고 나온 것이다. 정말 운 좋게 친절할 휴게소 직원 덕분에 반대로 내려오는 길에 찾을 수 있었다.



2. 날씨가 추운 겨울이었다. 추워도 시합은 열린다. 각 구장마다 작은 시합이 많이 열리는데 그날도 체육관에서 열리는 리그전(시합)을 참석하였다. 나는 운동을 하기 전 항상 몸을 푼다. 스트레칭을 하고 스윙 연습을 하는데 손이 너무 차가워서 그런지 힘이 살짝 빠지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라켓이 손가락에서 빠졌다. 라켓을 위로 날아가서 콘크리트 벽에 3번 부딪치고 떨어졌다.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나의 혼이 들어간 라켓이었다. 라켓을 들었는데 라켓이 두 동강 나있었다.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좋은 방법을 찾았다. 다시 수리를 해서 쓸 수도 있지만 며칠 후 덕분에 새로운 라켓을 장만했다.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의 마음이란.



3. 탁구를 시작하고 한창 즐기던 시절. 중고 라켓을 장만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식 펜 홀더였는데 하나는 아주 새것처럼 깨끗했고, 하나는 누가 봐도 허름해 보였다. 갈등은 했지만 당연히 깨끗한 라켓을 골랐다. 들뜬 마음으로 며칠 열심히 훈련하였는데 어느 날 스윙을 하는데 테이블 모서리를 치고 말았다. 다치진 않았고 라켓도 멀쩡했다. 멀쩡하게 보였다. 집에 돌아와서 누워서 라켓을 가지고 노는데 라켓 사이로 빛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 역시 라켓이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다. 역시 나의 마음도 칼로 가르는 것 같은 고통이 왔었다. 아멘.


그래서 중고매장 사장님께 당장 달려가서 돈은 더 드릴 테니까 예전에 봤던 허름한 라켓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다행히 교체에 성공.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같은 브랜드고 같은 등급의 라켓인데 전 라켓보다 훨씬 반발력도 좋고 공도 원하는 대로 잘 가주었다. 펜 홀더 라켓도 히노키 나무 통판이기 때문에 좋은 나무로 만든 오래된 악기처럼 시간이 지나도 성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허름한 라켓이지만 우승도 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었다. 라켓이 갈라진 덕분에 명검을 얻을 수 있었다.




4. 지금은 라켓이 나의 주변에 없으면 불안하다.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그런 거 같다. 몇 년 전 대구와 경북 영주를 오갈 때의 일이다. 영주에서 일하면서 쉬는 날엔 대구 집에 내려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대구에서 짐을 챙겨서 영주 올라가서 몇 시간 있다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유롭게 대구에서 출발하여 영주 IC를 통과하는 순간 등에서 땀이 났다. 대구 집 싱크대 위에 라켓을 두고 올라온 것이다. 순간 생각했다. "그래 라켓 며칠 없어도 살 수 있다. 잊어버린 것이 아니잖아. 며칠 있다가 가져오면 되지. 귀찮아. 라켓 없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픈 것도 아닌데 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출근 시간도 많이 남지 않은 상황.



그러나 나는 차를 돌려 다시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 집 싱크대 위에 멋있게 올라가 있는 라켓을 챙겨서 우주로켓처럼 영주로 다시 올라왔다. 며칠이라도 없으면 너무 불안하고 불편하게 지낼 것 같았다. 다행히 딱 맞게 출근도 했다. 그날은 기분 좋게 일하고 쉴 수 있었다. 독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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