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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Jun 24. 2024

나무야, 나무야

 언제 봐도 예쁜 네 모습

 이어진 폭염 끝, 촉촉이 사방을 적시는 조용한 비가 시작된 아침이다. 다소곳이 비를 맞고 있는 키 큰 나무들이 의젓하고 점잖다. 주어지는 환경에 가만히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어떤 것이든 내치지 않고 내부 깊은 곳, 생명의 근원으로 빨아들여 끊이지 않는 생명력으로 저장하는 듯하다. 늘 그러했듯이.

 초록으로 뒤덮인 깊은 산속만이 아니라 잠깐만 걸어도 땀에 젖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눈길 가는 곳마다 짙은 녹색이 무성하다. 싱그러운 잎들을 매단 늠름한 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쉬이 지치는 인간들의 원기를 북돋워 주기라도 하듯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말없이 하루가 다르게 몸피를 불리고 있다. 무성하다 못해 찬란하다.


 온 나라가 이렇게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정경을 보노라면 풍요롭고 뿌듯하다.

 자조적인 자기 비하와 함께 선진국들의 짙은 숲을 부러워하는 말들을 수시로 거듭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60년대 70년대 우리나라의 헐벗은 민둥산, 전쟁의 폐해로도 모자라 난방과 취사를 위해 산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 써야 했으니ᆢ.

 벌거벗은 산들을 푸르게 가꾸는 것이 지도자의 큰 염원이었고 국민들의 큰 과제였다. 초등학교 때 많이 부르고 들어 귀와 입에 익숙한 동요, <메아리>.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발가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ㅡ 유치환 작사 김대현 작곡 1954년 발표.


 그뿐 아니다. 신문칼럼이나 선생님들의 훈화 말씀에도 자주 언급되었다.

 ㅡ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일본의 나무로 뒤덮인 짙푸른 초록과 우리나라의 헐벗은 황토색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ㅡ


 중ㆍ고등학교 때 식목일에는 어린 소나무 묘목을 10여 그루씩 배당받아 학교 뒷산에 올라가 심었고 여름철에는 하루 날 잡아 나무젓가락으로 송충이를 잡았다. 선생님들이 깊게 파놓은 웅덩이에다 잡은 송충이 봉투를 던져 넣으면 삽으로 흙을 던져 그 위를 덮으셨다. 전교생이 동원되었다. 그런 세월 끝에 이런 시절을 맞으니 쉽게 만날 수 있는 짙푸른 녹음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온다.

 팔뚝 길이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나무들, 마찬가지로 어린 학생들의 미숙한 손길에 엉성하게 심겼던 그 나무들도 자라고 자라고 자라서 온 땅에 이리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데 한몫했으리라.


 제법 긴 시간 동안 지도자와 국민이 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산림녹화의 기반을 이루었고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니 앞으로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자연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초록으로 뒤덮인 이 땅의 산하를 둘러보노라면 삼천리 금수강산, 아름다운 산과 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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