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불씨 Feb 06. 2024

이건 내가 쫌 잘했지?

내가 생각해도 쫌


요 천사가 우리에게 오고 난 후 정말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수시로 깨서 선잠을 자야 하고 처음 조리원에서 데려 나올 때 이 작은 게 부서질까 일부로 골목길로 해서 20킬로 정도로 집까지 온 거 같아요.

방지턱이라도 넘으면 안절부절하면서


아이 낳고 바로 다음날 와이프는 저에게 고기를 먹으러 나가자고 했어요. 10월이라도 날이 제법 쌀쌀했고

출산 후 바로 나가서 바람을 맞는 게 좋은가 하고 있는데

당시에만 해도 매일 고기를 1킬로씩 자기 전에 먹던 사람이 아이 낳고 뭐 하고 하느라 못 먹고 있으니 괜찮다고 가자고 하더라고요. 전 아이 낳고 하루 만에 걸어 다니고 움직이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나가서 둘이 맛있게 고기를 먹고 들어오긴 했는데 사실 전 이 순간을 지금도 후회합니다.

그때 나가서 찬바람을 맞아서 와이프가 출산 후 고생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참 신기 한건

그 큰 배에서 아이가 나왔는데 몸무게가 똑같은 거예요.

전 출산을 하면 배속에서 아이가 나오고 양수도 나오니 다시 홀쭉해져서 늘어난 것만 케어해 주면 될 줄 알았거든요. 25킬로 이상 늘어난 몸무게가 아이가 나와도 거의 그대로 더라고요.


전 친구나 지인이 살찐 건 괜찮은데 저나 제가 만나는 사람이 살찐 건 정말 싫어했었어요.

이건 살찐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쪽이 조금 마른 거라 그냥 제 취향에 문제였어요.


와이프가 많이 물어 보더라고요. 자기 살쪄도 계속 사랑하냐고.

사실 결혼 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빼야 하고 살찐 건 용납이 안된다고 했었는데

우리 아이를 배속에 10달이나 품으면서 자기가 먹지도 않던 우유와 라면을 먹고 허리 아프고 배 아프고 해 가며 세상에 보물을 낳아 준 사람이 하나도 살쪄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살 빼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타인을 관리할 때도 체중을 빼는 관리는 하지 않았고 서서히 건강하게 체중을 표준으로 돌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살 빼라는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근데 우리 딸이 엄마한테 계속 살 빼라고 뚱뚱하다고 해서 한 번은 아이를 혼낸 적도 있었어요.

이건 제가 체중이 제가 원하는 체중에서 +-1킬로 이상 변동이 없이 살다 보니 아이도 어릴 때는 그런 모습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건 비밀이지만 아이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5살 때였는데 저에게 예쁜 여자를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아인아 아빠 예쁜 여자 소개 안 시켜줘?" 하면 "아빠는 엄마가 제일 예쁜 여자자나." 하면서 흘겨봐요.


전 이런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눈치도 부족하고 공감력도 부족하지만 와이프에게 살 빼라고 말하지 않은 건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신기했어요.

몸무게가 70이 넘어도 사랑스럽고 예뻐 보인다는 게요.

뭐 근데 그렇다고 제가 잘 표현하고 행동적으로 잘해주는 게 아니라 이런 마음을 표현을 좀 더 했었다면

아내가 더 좋아했으려나요.


그냥 문득 사진을 보다 보니 그리고 요즘 열심히 공감에 대해 공부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 이건 내가 쫌 잘한 거 같은데?' 하고 말이에요.

어때요? 저 잘한 거 맞죠?




이전 14화 새벽부터 왜 깨우는 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