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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씨 Feb 09. 2024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내가 말한 대로 다 할 거야?

임신을 하고 와이프에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어서 물어봤었어요.


"내가 선물 하나 해 줄게 뭐 가지고 싶어?"

"차사 줘."

"차 있잖아 무슨 차를 사?"

"좋은 차 타고 싶어. 벤츠 사줘."


임신 전이었으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냐고 했을 건데 그냥 물어봤어요.


"차가 왜 가지고 싶은데??"

"전에 경차를 다고 다녔을 때 위협운전도 많이 당하고 불편한 점이 많아서 좋은 차 타보고 싶어. 애기도 태우고 다녀야 하고"


어차피 뭔가 해줄라고 한 거기도 하고 들어보니 저도 운전을 1년에 최소 6만에서 12만까지 하고 다니던 때라 일정 부분은 이해가 돼서 바로 차를 사줬어요. 마침 당시에 거래처 사장님 일 도와주고 들어온 목돈이 좀 있었던 때라 원하는 외제차를 바로 사줬었어요.(이차는 얼마 후 바로 팔려가고 저희는 외국으로 나가게 됩니다.)

게다가 출고 3일 만에 어떤 택배차량이 옆을 심하게 찍어놓고 도망가는 바람에 잡지도 못했어요.


어찌 되었건 와이프가 원하는 거 다 해주고 아이 나오고 애한테 폭 빠져서 살다 보니 주변에서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았어요.


미혼들에게는 "결혼하면 좋아요?" 결혼한 친구들에게는 "아이 낳으니 좋아요?" 이 두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대답하기가 참 난감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만 하면 전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능력 되면 아이는 2명 정도는 낳아서 살면 딱 좋다"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모두 성향이 다르잖아요.


전 살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은 게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모두 쉽고 근심 걱정 없고 한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내가 좋으니 너도 빨리 하라고 말해주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옆에서 오래 봐온 친구들 중에서는 결혼하면 힘들 것 같은 친구도 있었고 아이를 낳으면 힘들어할 것 같은 친구들도 제법 있었거든요.


물론 그들이 막상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 잘 살지도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결혼 생활과 아빠가 되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고 참 신기하게도 중학교 때부터 저도 모르게 전 나중에 결혼을 하면 예쁜 딸을 낳아서 어떻게 키운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전 제가 지금 죽기 전에 과거를 돌아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참 자주 했답니다.


그래서 보통 전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줬어요.


"난 결혼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거 같고, 아이 키우는 건 너무 행복해, 그런데 너네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두려움이었어요. 워낙 주변에서 안 좋은 케이스도 많이보고 주변에 결혼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결혼은 지옥이고 혼자일 때가 최고고 다시 과거로 가면 절대 결혼 안 한다고 하는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결혼을 하면 불행해질까 봐 걱정을 많이들 했어요. 아이도 마찬가지였고요.


결혼 생활이 쉬운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아요. 처음에야 마냥 좋아 다 좋고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타인과 함께 산다는 건 서로 다름이 충돌하게 되고 처음에 모든 게 사랑스러웠던 마음이 식게 되면 미움이 보이게 되고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망가지는 몸매에 살면서 다가오는 많은 시련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나에 무력함과 비참함까지도 함께 견뎌내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나라는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핍이 생기고 그것을 상대방에게서 조금 양보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나니 육아를 하는 지인들에게 많이 듣는 말은 나를 잃어버렸다는 거였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린 결론은 "그 역시 나였다." 였어요. 그냥 혼자일 때의 나와 부부가 되었을 때의 나 그리고 아빠가 되었을 때의 내가 각각 현실을 살고 있었을 뿐이지 그들은 모두 하나였던 거 같아요.


때문에 지금은 저런 질문을 누군가 하면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너는 어떤데?" 이렇게 물어보면 결혼은 안 하고 아이만 가지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도 제법 있었어요.

그러면 그냥 혼자 살라고 답해 줍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이의 입장도 미래도 생각은 해봐야 하잖아요. 아이가 반려동물도 아니고 혼자 키운다는 게 쉬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잘 키우는 엄마나 아빠도 있겠지만 혼자 자라온 저는 아이는 많은 시간을 혼자 있을 텐데 과연 어떠할지 걱정이 되더군요.


아니라면 그냥 전 좋은데 한번 잘 생각해 보라 합니다. 모드 감당은 본인들이 해야 하니 어떠 어떠한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그리고 저에게 의논한 친구들의 성향에서는 이러이러한 점들이 괜찮을지 이야기하다 보면 자기들도 나람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언이라는 것이 특히 결혼과 출산은 함부로 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일은 함께 나누어 책임도 지고 할 수 있지만 결혼과 출산은 온전히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도 명확한 답을 주기는 힘들더군요.


그냥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면 전 결혼한 것을 제가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아이를 낳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부부들이 그리고 가족들이 이런 마음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설에는 모두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시고 복들도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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