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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Dec 20. 2022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는 기준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크리스마스 선물'

울지도 않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일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는데도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주지 않으셨었다.

양말을 아무리 눈에 띄기 쉬운 자리에 걸어 놓아도

우리 집에 굴뚝이 없어서 들어오실 수가 없으셨는지 양말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교회에 가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산타할아버지는 교회에 선물을 두고 가셨었던 것이다.

선물을 받으러 교회에 가야 했고 과자와 연필을 받아왔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굴뚝이 있는 집이 없는데

친구들은 어떻게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았지?


산타는 어떤 기준으로 집까지 찾아와서 선물을 줄까?

그동안 선물을 받은 사람들로 판단을 한다면,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어느 정도 사는 집의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줬었다.

산타도 가난한 집에는 들어가지 않았었던 것 같다.

"가난하지 마, 가난하지 마, 산타 할아버지는 가난한 집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라는 노래를 들어 본 적은 없는데...


선물을 받는 방법을 알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잘 사는 집 아이는 더 좋은 선물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혹시

산타 할아버지의 기준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나도 어느덧 산타할아버지가 되었다.

선물을 준비할 때,

아이들이 일 년 동안 얼마나 울지 않고 말을 잘 듣고 착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에 영향을 끼친 단 두 가지는

크리스마스 날 내가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는가와

내 주머니에 얼마만큼의 잉여금이 남아 있느냐였다.


좋은 산타 할아버지가 되려면,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여 잉여금을 남기는 수밖에 없었다.

선물 살 돈은 남겼는데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산타 노릇을 못한 적도 많았었다.


지금 내 주머니에는 두둑한 잉여금이 있다.

시간도 많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다.


집에 단 둘이 남은 여자 산타와 남자 산타는

아이들이 선물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고서.

두 산타는

이미 해직되었는지도 모른다.

해직이 아니라 퇴직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줄 수 없을 때.


퇴직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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