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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Mar 07. 2023

너무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는 거절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거절하는 용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떠한 지 모르지만,

한국 사람은 유난히 거절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나도 한국 사람이다.


거절 못하는 것을 잘 이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보험 판매이다.

아는 사람이 부탁하는 것을,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가져다준다며 하는 부탁을 거절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가입한 보험이 결국은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있다.


친한 사람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이것도 거절하기 쉽지 않다.

27년여 전, 선배(의사)가 카드 대금이 없다고 이백만 원을 빌려달라 했었다.

의사이고 친한 선배이니 금방 갚으리라 여기고 힘들게 모은(외식 한 번 하지 않고 모은) 돈을 기꺼이 빌려줬었다.

25년 전, 친한 후배가 당구장을 하려고 하는데 이백만 원이 부족하다고 빌려주면 바로 갚겠다고 했었다.

선배에게 빌려주고 나서 받지 못하고 있었고, 겨우 모은 돈이 230여만 원 정도 있었는데

의심 없이 빌려줬었다.

23년 전, 나에게 가끔 이런저런 신세를 지던 후배가 사업을 하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4백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었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내가 돈을 모아 놓은 지 어찌 그리 잘도 아는지.

거절을 하려고 했으나,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바람에 결국 빌려주고 말았었다.


이 세 명 모두 돈을 갚지 않았고, 지금은 연락도 안된다.

돈 잃고 사람 잃고.

당시에는 나도 돈에 쩔쩔매던 중이었는데...

옛말 틀린 것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보면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어디 이것뿐이랴.

해외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롯데제이티비로부터 단체로 점심 얻어먹었는데(호객 행위로 사준 점심이었지만) 아무도 가입하지 않길래 미안해서 가입하고 아직도 매달 돈이 나가고 있다. 갈 수나 있을는지.

단체 모임에서 KDB로부터 점심을 얻어먹은 날(이것도 호객행위. 한명도 가입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대로 그렇지 왜 이런 점심을 얻어 먹도록 계획을 했는지 모임 주체측이 밉다).

이 날도 어김없이 아무도 가입하지 않길래 10년짜리 장기 적금에 가입을 했었다.

적금이니 저축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내가 헛똑똑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사업비로 가져간 돈보다 이자가 더 적어서 지금 해약하면 원금의 88퍼센트 밖에 받지 못한다.

꼼짝없이 10년을 불입해야만 한다. 은퇴하기는 글렀다.


다 이놈의 거절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거절 못하는 것은 인간성이 좋은 것도, 자랑도 아니다.

그냥 무른 거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얄팍한 마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잘 보이려고 무언가를 하는 성격이 아닌데.

남들은 내 성격이 강하다고 하는데, 왜 거절을 못하는 것인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거절을 못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거절을 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이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이번 주 주제가 "거절하는 용기"이겠는가?


거절 잘하는 것은 큰 재능이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을 모두 찾아서 적어 놓고 연습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그래도 기분 나빠하는 상대방이 있다면,

손절.

부탁하는 사람이 잘못이지 거절하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부탁하는 사람이 기분을 나빠해야 하는가?

이 사람은 영원히 만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연습해도 거절할 자신이 없다면?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된다.

어차피 만나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만나지 않는 것보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용기를 기르는 게 낫겠다.


로운 작가님의

전지은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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