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발간 기념, 한양도성 전 구간 기획 순성.
책 발간 기념, 전 국간 순성 프로젝트는 백악 구간부터 시계방향으로 순성하는 것이 아닌, 그 반대로 인왕산 구간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백악 구간을 마지막으로 순성을 했다. 가을인 10월 초에 시작해서 어느덧 사실상 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11월 말이 다되어가는 무렵 백악구간 순성을 마쳤다.
개인적으로 가장 적게 가 본 구간이 백악 구간이다. 그 길이가 4.7km로 가장 길기도 하고 산세가 가장 험하기도 하여 제대로 백악 구간 전체를 완주한 경험이 몇 번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출발점을 창의문이 아닌 혜화문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전에 지나쳤던 여러 멋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전에 공사하던 일부 지점이 공사가 끝나 새롭게 탄생한 곳도 있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낙산 구간을 가장 많이 가봤었기에 혜화문은 벌써 한 10번 정도는 찾은 것으로 생각된다. 한양도성의 사소문 중 북동쪽에 위치한 혜화문의 본래 자리는 지금보다 남쪽이었지만 지금 그 자리에 도로가 나 1994년 조금 더 북쪽인 현재 자리에 새로 지은 것이다. 본래 자리 그대로는 아니지만, 도로가 난 사정이 있었고 바로 근처에 이렇게 복원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혜화문 남쪽으로는 낙산 구간 성벽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옛 서울시장 공관으로도 쓰였던 현 혜화동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이 바로 보인다.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여오다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진 정책으로, 불과 3년 전쯤 개관했다. 아쉽게도 현재 언덕의 전시관 본관 자리에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카페는 물론 주변 마당의 통행도 제한되어 있다. 공사가 끝나면 이곳에서 차 한잔 마시며 주변 아름다운 경관을 둘러보길 바라고, 특히 한양도성박물관과 마찬가지로 한양도성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 수 있는 곳이어서 한양도성 입문 자라면 꼭 여기를 먼저 들르시길 추천드린다. 전시관 위에서는 아름다운 마을 관경을 볼 수 있고, 바깥 담장 둘레는 한양도성 성벽이 일부 형성되어 있어 그야말로 한양도성의 축약판인 지점이라 한양도성의 맛보기를 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백악 구간 순성을 위해서는 혜화문에서 좌측의 전시관 입구 방면이 아닌 뒤편의 성벽길로 들어서야 한다. 경신고등학교 까지는 성벽 멸실 구간이지만 전시관 담장 성벽구간과 그곳의 조금 북쪽에 교회 앞 부근 담벼락, 그리고 북악산 한양도성 성벽길 가기 전 경신고등학교 담장에서도 성벽돌을 제법 한양도성의 성벽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지식을 모르고 갔으면 이것이 그 옛날 한양도성을 구성하던 성벽돌임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신 독자분들은 백악 구간을 순성 할 때 여기 멸실 지점을 그냥 빠르게 통과하기보다는 성벽의 흔적을 찾으면서 걸으신다면 색다른 재미가 있으실 것이다.
와룡공원길~말바위 안내소
경신고등학교 길을 건너면, 와룡공원 방면으로 백악산을 등정하는 본격적인 백악 구간 한양도성 성벽길이 시작된다. 그 입구 바로 우측에는 역시 최근 조성된 성북역사문화센터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기에 이곳 센터나 공원에서 한양도성 성벽 바라보며 쉼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참 좋겠다.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서 오를만한 길이다. 길게 북악산 방면으로 이어진 성벽과 그 아래의 마을 전경이 펼쳐진 모습을 걷고 있노라면 힐링이 절로 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오르는 내내 수시로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성벽 너머의 마을과 서울 도심, 그 뒤로 멀리 보이는 산까지의 광경이 장관이다. 등정 초입에서는 마을의 모습이 잘 보여 좋고, 높은 지점에서는 저 멀리 도심이 한눈에 들어와 또 좋다.
가장 긴 구간인 만큼, 한양도성 성벽길도 가장 길게 조성되어 있어 한양도성 성벽길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백악 구간이라 할 수 있겠다. 성벽 안쪽길로 출발했다가 암문을 이용해 바깥길로 걸어 나가면 성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한창 걷고 있다 보면 나도 보르게 순성 전의 온갖 잡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 불멍? 물멍? 보다 '성벽멍'이 최고다! 아름다운 마을과 자연이 어우러진 광경을 보면서 걷다 보면 어느덧 말바위 안내소에 다다르게 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청와대가 개방된 백악 구간 내의 여러 제약이 해제됐다는 것. 기존에는 말바위 안내소 혹은 창의문 안내소에서 패찰을 받아 지하철과 같은 개찰구를 통과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이러한 절차가 없어졌다. 그리고 백악 구간 위에서 청와대 방면을 비롯 사진 촬영에서도 약간의 제약이 있었는데 이것도 이제는 허용이 됐다. 일부 군사시설 관련 부분 외에 상당 부분 사진촬영도 자유롭게 되었다.
1년 여 만에 다시 찾은 백악 구간, 그리고 평소 걷던 그 반대 방향으로 순성을 하니 새로운 점이 많았고, 예전에는 유의 깊게 못 봤던 광경들을 볼 수 있어 정말 재미있더라.
숙정문
말바위 안내소에서 숙정문까지 가깝긴 한데 생각보다는 거리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숙정문에서 말바위 방면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기에 무척 가까운 줄 알았는데, 이날은 오르막길이었기에 생각보다는 거리가 됐다. 그렇지만 성벽을 따라 길게 늘어진 성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어 그 길을 걸으면서 드는 기분은 힘들기보다는 매우 상쾌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두둥'하고 숙정문이 나왔다.
바로 직전에 방문했을 때는 공사 중이었는데 이제는 공사가 끝나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산속 중턱에 있다 보니 한양도성의 사대문 중 하나임에도, 숭례문과 흥인지문에 비해 인지도는 매우 떨어지는 한양도성의 북문, 숙대문. 그 규모도 다른 사대문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 기품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산에 자리하고 있는 숙정문은, 그 어느 문 보다도 위풍당당한 모습이지 않은가!? 더 많은 시민들이 숙정문을 찾고 그 매력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숙정문에서 백악 구간 곡성까지도 역시 오르막길이다. 정면으로는 성벽길이, 산 아래로는 성벽과 마을 및 도심과 자연이 조화로운 아름다운 광경이 절정에 이르는 순성 길이다. '내가 이거 보려고 순성 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전 백악 구간 순성 때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관을 봤었지만,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구름 낀 흐린 날에 왔었어서 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운지는 몰랐었다. 인왕산과 남산에 비해 더 이러한 광경을 더 길게 볼 수 있었다. 끊김 없이 계속 보이더라. 오르막길이라 조금 힘들었지만, 잠깐잠깐 이 경관 바라보며 쉬면서 재충전했다가 걸으리 괜찮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백악 구간의 상징적인 지점이자 대표 조망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곡성이 나왔다.
백악 곡성
곡성은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성벽의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것을 말하는데 인왕산과 백악게 하나씩 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계단 아래로 곡성의 돌출된 성벽을 바깥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역시 곡성 주변도 부분 부분 공사 중이라 통행길에 제한이 있었는데, 공사가 끝나면 곡성으로 이어지는 길을 통해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오늘 걸었던 길이 아닌 바로 곡성으로 향하는 길로 가보려 한다.
무엇보다도 백악 곡성은 길게 구불구불 늘어진 한양도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왕산 구간의 범바위에서 정상을 보는 광경, 낙산 구간 갈대 너머의 성벽을 보는 광경, 남산 구간 백범광장 부근 성벽 뒤로 N서울타워를 바라보는 광경 등과 더불어 한양도성 통틀어 대표적인 포토 스폿이다.
아쉽게도 이날 햇빛이 너무 쨍쨍한 오후 시간대여서 한양도성 누리집이나 안내 리플릿에서 보던 광경보다는 좀 못했다. 봄에 꼭 다시 곡성을 찾아 이곳의 진짜 아름다운 경관을 다시 볼 것이라 다짐했다.
곡성을 내려와 또다시 한창 백악 구간의 정상을 향해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 구간은 좀 더 힘들었다. 어느 정도 체력도 소비가 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산을 올랐기 때문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는 나는 가다 서다 하면서 쉬어가며, 무리하지 않으며 순성을 이어나갔다. 북악산의 또 다른 상징적인 장소, 청운대에 드디어 도착했다.
청운대와 1.21사태 소나무, 백악마루
청운대는 청와대를 방호하기 위해 1979년 10월부터 북악통제대 및 발칸진지를 설치 운영한 자리였는데, 2000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북악산의 옛 모습으로 복원하며 북한산의 백운대와 대비되는 이름의 청운대로 조성되었다. 청와대와 경복궁 방면의 도심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한양도성 완주인증서 발급을 위한 인증숏 지점이기도 하니, 청운대 표지석에 얼굴이 나오도록 해서 사진을 하나 찍은 다음 길을 나섰다.
청운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1·21 사태 소나무가 있다. 수령이 200년 정도 된 나무인데 15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이 총탄 자국은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 침투한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특수부대원들과 우리 군경이 교전한 흔적이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 장소이자 이 흔적을 알리는 소나무. 총탄이 많이 박혔음에도 아직까지 그 자리를 우뚝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보니 여러 감정이 들었다.
또다시 산을 올랐다. 창의문 방면에서는 백악 마루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는데 반대 방향에서 걸으니 계속 오르막 산길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제 백악 마루까지만 오르면 하산길이었기에 마지막 힘을 내 보았다.
드디어 백악 구간의 정상, 백악 마루에 도착했다. 해발 342m 표지석이 보였다. 사실 백악 마루는 한양도성 성벽길에서 20m 정도 벗어나있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산의 정상인 곳이니 힘들어도 들렀다. 뿌듯한 기분을 만끽한 뒤 창의문 방면으로 하산했다.
백악 쉼터, 돌고래 쉼터
끝이 없어 보이는 계단길을 계속 내려갔다. 여기로 오를 때에는 정말 힘들었었다.아름다운 풍경 보며 내려가니 참 좋더라!
워낙 경사가 심한 계단길이 지속되다 보니 길지 않은 거리에, 쉼터가 두 개나 있다. 백악 쉼터와 돌고래 쉼터. 하산길이라 쉼터에서 쉬지 않고 그대로 계속 내려갔다.
창의문 근방에 다다랐을 때 도로 건너 인왕산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창의문 안내소는 말바위 안내소와는 마찬가지로 이제는 출입 시 패찰을 받고 반납할 것 없이 그냥 통과가 가능했다. 다만, 계절에 따라 개방시간은 있으니, 오후에 방문하실 분들은 출입 시간을 확인하시는 것은 필요하겠다.
창의문도 제법 많이 방문했지만, 오늘은 유독 문 옆의 날개를 이루는 성벽이 한쪽은 단절됐고 한쪽은 다른 구조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사실 이날 이외에도 성벽을 오르는 계단이나 나무 데크길이 너무 성벽을 바짝 붙여서 난 곳이 많았던 것이 보였고, 그래서 성벽을 온전히 바라보기 힘든 길이 많았던 것이 새삼 느껴지더라. 성벽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길을 조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했다. 앞으로 보수 공사 등을 할 때 겸사겸사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순성객의 편의도 좋지만 그보다 한양도성을 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이 조성되길 바란다.
출발지를 바꿨어도 긴 구간을 걷고 오르는 데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기도 했고 체력이 약한 나는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백악 구간은 전 구간 중 가장 먼저 지어진 곳으로 한양도성의 길이도 가장 길며, 높은 위치에서 도성과 그 너머의 마을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구간이다.
"정통"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즉, 정통 한양도성 순성길에 가장 어울리는 구간이 백악 구간이 아닐까!?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진 한양도성 성벽길이 가장 길며, 한양도성 순성길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성벽과 마을 및 도심,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구간이다.
평소 산에 전혀 오르지 않는 분들은 조금은 힘들 수 있다. 그런데 시간적 여유를 두고 풍경을 만끽하며 충분히 쉬어간다면 못 오를 산은 전혀 아니다. 한 번 올라보면, 노하우가 생겨 두 번 째부터는 훨씬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백악 구간은 오를 만한 가치가 차고 넘치며 정통 한양도성을 대표하는 구간이니 전체 구간을 꼭 순성해 보시기 바란다.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발간 기념, 시계반대 방향으로의 한양도성 전 구간 순성 프로젝트를 끝마쳤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분들에게 한양도성의 매력을 알리고자 온전히 경관을 즐기기는 힘들었다. 중간중간에 사진도 찍어야 했고, 주요 지점을 생략 없이 챙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전 구간 순성만 두 번 소개해 드렸기에, 이제는 온전히 즐기는 순성만을 하려 한다.
근래에 스탬프 투어 관련하여 분기별 한양도성 순성시 각기 다른 배지를 받을 수 있고 이를 모두 모으면 메탈 배지를 주는 제도가 새로 생겼다. 이번에 4분기 한양도성 순성을 마쳤는데, 내년 1~3분기에도 분기별 한 번씩은 공식적인 전 구간 순성을 해 메탈 배지를 받아보려 한다.
물론, 내가 삶에 지쳐 힘이 들 때, 수시로 한양도성 구간을 부분적으로라도 들려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한양도성을 한 번 가본 분들이라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가고 계실 것이다. 아직 한 번도 제대로 한양도성 순성을 해보지 않으셨다면, 한양도성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가면 더 풍성하고 흥미로운 탐방이 되실 것이다.
필자의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도서를 읽어보시고 순성길에 나선다면 조금이라도 도움 될 것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한양도성을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