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발간 기념, 한양도성 전 구간 기획 순성.
한양도성 숭례문 구간
돈의문 터~정동길~대한상공회의소 부근 성벽~숭례문~SK남산빌딩 부근 성벽
돈의문 터 ~ 정동길 ~ 소의문 터 ~ 대한상공회의소 부근 성벽 ~ 숭례문 ~ SK남산빌딩 부근 성벽 ~ 백범 광장
돈의문 터, 정동길
인왕산 구간 순성 때와 마찬가지로, 반시계 방향으로의 숭례문 구간 순성을 위해 돈의문 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으로, 즉 정동길로 들어섰다. 그렇다. 숭례문 구간에 남아 있는 성벽은 거의 없다. 창덕여자중학교 담장에 성벽 일부가 남아 있는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정동길을 통과한다는 것이었다. 순성 초반에 높이 17m의 웅장한 회화나무를 만났다. 1976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무려 수령 500년이 넘는다고.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 친근감이 들었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이 자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나아가는 방향의 우측에는 등록문화재 제3호로, 1915년에 준공된 옛 이화학당 교사(校舍)로 현재 이화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심슨기념관이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왼편에 구 신아일보사 별관이 있으며 이 역시 등록문화재이다. 덕수궁 중명전, 국립 중앙긍장,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동관 등등 정동에는 등록문화재, 사적, 서울특별시 기념물 등으로 지정될 정도로 근대에 지어진 의미 있는 건축물이 즐비하다. 또한, 일대에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도 있으며 연계해서 즐길만한 곳이 넘쳐나더라.
일일이 세세히 살피려면 반나절도 더 걸리기도 하고, 이번에는 한양도성 순성길 탐방이 목적이었기에 잠깐잠깐 살핀 뒤 걸음을 계속했다. 사람들이 적지 않음에도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신비로운, 언제 걸어도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정동길이다. 여기 있는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혹은 커피를 손에 들고 마시며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길이다.
소의문 터 가는 길
다른 구간은 길이 헷갈리더라도 성벽보고 성벽 따라 걸으면 문제가 없는데, 숭례문 구간은 성벽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길을 잃기가 쉽다. 이정표가 있지만, 초행길에는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정동제일교회를 끼고 오른쪽으로 걸어가되 계속 직진하면 시청역 방면의 대로가 나오니, "순성길 숭례문"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 공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처음 이곳을 찾는다면, 배재학당 동관(역사박물관)과 아펜젤러 동상 등을 한번 보고 가셔도 좋겠다. 공원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평안교회가 우측에 보일 것이다.
평안교회 앞쪽에 보이는 대로 건너의 골목이 다음으로 통과해야 할 길이다. 순성길 표지판에 따라 오른쪽으로 쭉 가서 횡단보도를 건넌 다음 다시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동선이다. 골목 들어가기 전 바로 왼쪽 붉은 벽돌 담장 앞에는 하나의 표지석이 있다. 바로 소의문 터였음을 알리는 표지석이다. 창의문, 혜화문, 광희문과 함께 한양도성의 사소문 중 하나인 소의문은 돈의문과 마찬가지로 일제가 철거하였고, 복구되지 않아 현재 볼 수 없는 문이다. 쓸쓸하고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돈의문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자리를 조금 옮겨서라도 꼭 복원했으면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부근 성벽
골목길로 들어서면 바로 왼편에 성벽이 보인다? 한양도성과 그 순성길임을 알고 간다면 한양도성 옛 성돌이 아래에 깔려 있다는 것과 담장처럼 보이는 이것이 성벽을 재현한 것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냥 담장으로만 알 것이다. 시작 지점에 "이곳은 조선 태조 5년(1396년)에 축성된 한양도성의 일부 구간으로서 옛 성벽의 흔적을 남기고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복원-정비한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지만 이 표지도 인식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기는 2002년에 여기서 조금 더 위의 성벽은 2005년에 조성, 즉 벌써 20년 정도가 나 되었음에도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았다.
이는 윗부분에 성벽 총을 쏠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총안 그 위의 옥개석으로 이뤄진 여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성벽 위에 그대로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 여장을 꼭 조성해서 한양도성의 성벽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아무쪼록 성벽과 옛 성벽돌의 흔적을 볼 수 있어 매우 반가웠다.
숭례문
성벽길을 지나 대로변으로 나오면 우측에는 구 서울역이 멀리 보이고, 좌측 가까이에는 숭례문이 보인다. 우측의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고 다시 좌측으로 걸음을 옮기면 금방 숭례문에 다다른다. 입구 우측에는 스탬프 도장을 찍는 설치대가 있는데, 나는 한양도성 앱을 통해 스탬프를 찍었다.
조선 태조 7년(1398)에 한양도성의 남쪽 대문으로 세워진 숭례문은, 일제강점기에 양쪽의 성곽이 헐렸고
6.25. 전쟁으로 일부 훼손되었다. 19060년대 복원을 거쳐 자리를 잘 지켜오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2008년 2월 어이없는 방화 사건으로 건물 전체가 크게 훼손되었고, 약 10년 전 복구 작업이 완료돼 지금 모습을 하고 있다. 더 이상의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양도성을 알기 전에는 사실 숭례문 하면 현판이 걸려있는 바깥 면만을 봐왔었다. 마치 달 표면의 앞면만 봤듯이 말이다. 이제는 문을 통과해 뒷부분도 살펴본다. 앞 면이 화려하고 웅장하다면, 뒷 면은 우직한 느낌을 주는 듯했다. 그리고 양 옆의 빌딩 건물이 있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SK남산빌딩 부근 성벽
숭례문 구간의 유일하게 완전체 성벽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숭례문에서 백범 광장으로 가는 중간쯤 위치한 SK남산 빌딩 부근이다. 그런데 이곳의 존재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왜냐면, 보행길로 지나가면 오른쪽에 여장이 있다는 것은 보이지만 그 아래가 성벽돌까지 보려면 아래로 일부러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맨 처음 순성 때에는 위 보행길로 지나가던 중 난간을 여장으로 표현했구나 하고만 생각했지, 아래에 완전체의 성벽이 있다는 것은 몰랐었다.
성벽과 그 위의 나무가 조화로운 이 모습, 다른 구간에서는 흔하지만 숭례문 구간에서는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는 곳이다. 조금씩이지만, 시대별 성벽돌을 모두 볼 수 있으면서도 절반 가량은 현대에 보강한 성벽돌이다 보니 매우 이색적인 느낌도 들더라. 아무쪼록, 짧지만 성벽길 다운 성벽길을 걸을 수 있어 조금 신이 났다.
성벽의 마지막 부분을 지나 지상으로 올라왔고, 횡단보도를 건너 백범 광장 부근의 남산 공원 입구에 이르렀고 여기서 숭례문 구간 순성을 종료했다.
한양도성 성벽이 기본적으로 남아있지 않은 숭례문 구간. 전체가 다 성벽이 없을 것만 같았지만, 성벽이 두 군데가 있었으며 이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성벽이 없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앞으로 복원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돈의문과 소의문은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꼭 복원되길 바라고, 옛 성벽 자리에 조금씩이나마 성벽을 늘려나가길 희망한다.
그렇다고 마냥 아쉽지만도 않았던 것은, 정동길이 워낙... 말이 필요한가?! 한양도성길과는 다른 의미로 힐링을 안겨다 주는 길이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워낙 많고, 조선 초.중기 시대는 아니더라도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강점인 곳이다.
앞만 보고 직진하면 한 시간 내로 소요될 거리지만, 숭례문 구간 순성을 한 시간 만에 끝낼 사람은 없지 않을까!? 매력적인 공간을 외면하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
한양도성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가신다면 더 풍성한 탐방이 되실 것이다.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