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부근 정류장에서 버스를 환승, 창의문 코앞인 자하문.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렸다. 거기서 계단을 오르면 창의문이 바로 나온다. 백악산에 위치한 숙정문이 통행로로 이용된 것은 아니다 보니, 실질적인 북대문 역할을 한 것은 창의문이다. 이 창의문을 통과해 횡단보도로 건너 계단을 오르면 그곳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윤동주시인의 언덕
윤동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서 하숙했는데, 그가 이 일대를 거닐며 시상(詩想)을 가다듬었을 것으로 보아 이 자리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조성하였다.
이 언덕길은 참 따스했다. 숲길에 제10회 전국 초등생 윤동주 시화공모전 수상작들이 전시돼 구경하며 걸었다.
조용한 숲길과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예쁜 마을과 자연경관들. 여기에 오래 있으면 시상이 막 떠오를 것 같더라.
언덕 아래에는 윤동주 문학관과 건물 위 카페도 있는데, 오늘은바로 인왕산으로 방면으로 쭉 걸어 나갔다.
인왕상 등정
해발 338m인 인왕산은 큰 화강암 덩어리들로 이루어진 바위산으로 큰 바위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며, 높이에 비해 험준한 산이다. 가파른 계단길에 숨이 찰 때면 뒤를 돌아 북악산과 마을 전경을 보며 쉬어갔다. 정상 전까지 이렇게 크게 두 번 휴식을 취했더니, 크게 힘들지 않았다. 특히, 이른 아침에 고요한 분위기에서 성벽길 따라 산에 오르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어서 더욱 힘이 나더라.
그런데 확실히, 월암 근린공원에서 범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이곳 방면에서 정상에 오른 뒤 전체적으로 내리막길로 향하는 코스가 훨씬 수월했다. 혹 등산 초보이거나 자신이 없다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 방면에서 오르시길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숲속쉼터와 한양도성 부부소나무
인왕산 등정 초반부에는 "숲속쉼터"가 근처에 있었다.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로 인왕산과 북악산에 약 30여 개의 군초소 등이 들어오면서 오랫동안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되다 2018년 인왕산 전면 개방에 따라 이들 시설은 대부분 철거되었다. 그런데 인왕3분초는 기존의 역사와 기록을 위해 그 터를 살려 보전, 이는 "숲속쉼터"로 재탄생되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는 요즘 핫한, 50년 동안 경찰 초소로 이용되던 시설을 리모델링한 "인왕산 초소책방 _더숲II"도 있다. 이외에도 청운문학도서관 등 연계해 가볼 만한 곳이 많음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숲속쉼터 방면으로 가지 않고 계속 오르다 보면, 한양도성 부부소나무를 볼 수 있다. 뿌리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이어져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연리지"라고 하는데, 연리는 두 몸이 한 몸이 된다 하여 부부의 영원한 사랑을 비유한단다. 그래서 부부소나무로 명명된 것인데, 한양도성 부부소나무가 이곳 인왕산한양도성 탐방길을 오래도록 지켰으면 좋겠다.
인왕산 정상
충분히 쉬어가며 경치를 즐기며 올랐는데도 1시간 정도 만에 인왕상 정상 도착했다. 먼저 정상 표지판과 삿갓바위 사진을 찍고, 근처 분께 부탁해 삿갓바위 앞에서 인증숏도 찍었다. 왜냐하면 "한양도성 스탬프투어"와는 별도로 "한양도성 완주인증서" 발급제도가 있는데 스탬프 찍기 외 인증숏을 지정 장소에서 찍어와 하는데 삿갓바위가 네 곳의 장소 중 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인증숏 후 서울 도심 광경을 내려봤다. 가까이는 경복궁이, 조금 더 멀리에는 남산타워가, 그 너머에는 한강, 그 건너 제2 롯데월드까지 한눈에 다 들어왔다. 그동안 인왕산 정상에 왔을 때는 흐리거나 미세먼지 자욱한 날이라 기대만큼의 광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날처럼 맑은 날에는 이처럼 환상적인 광격을 볼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사진으로는 그 진가의 10분의 1도 못 발휘하더라. 인왕산 정상 광경을 보고 싶다면 맑은 날 오시기 바란다.
범바위 전경
범바위에서 정상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라 정말 힘들었었는데, 정상에서 범바위로 가는 길은 바위 앞까지 내리막길이라 경치를 즐기며 편히 갈 수 있었고, 금방 도착했다. 범바위 근처 계단을 오른 다음에는 내가 사랑하는 장면, 뒤로 돌아 인왕산 정상을 촬영했다. 성벽이 정상까지 길게 이어지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일품이다.
범바위에 올라서서는 사방팔방 광경에 푹 빠졌다. 만약 월암근린공원 방면서 등정을 한다면, 범바위까지 오르는 것만 해도 꽤나 힘들다. 그리고 여느 정상 이상의 빼어난 광경을 자랑하는 곳이라, 시간적-체력적 여유가 없다면 범바위까지만 오르셔도 충분하겠다.
인왕산 하산길
범바위에서 남은 구간, 즉 본격적인 인왕산 하산길은 완전 내리막길이라, 돈의문 터까지 거리는 꽤 됐지만 금세 내려갈 수 있었다. 멋진 경치 보면서 말이다. 특히, 인왕산 구간을 상징하는 포토존, 성벽길과 그 너머로 보이는 남산타워. 이 장면 당연히 놓치지 않고 찍었다.
푸른 산 사이 회색빛 성벽 그 위로 도심의 빌딩과 푸른 산 위의 남산타워와 그 너머 강과 그 위의 하늘까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속에 있던 걱정거리는 사라졌고, 약간의 통증과 감기증상도 날아간 듯했다. 역시 인왕산의 시그니처 광경이었다. 실물로 꼭 보셔야 하니, 범바위 인근의 이 지점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한양도성 순성길의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는, 성벽을 따라 형성된 꽃길이다. 봄꽃, 가을꽃 피는 시기에 이 길을 걸으면 힐링이 절로 된다. 꽃길을 걷고 싶다면?! 한양도성길로!
홍난파 가옥과 월암 근린공원
인왕산을 완전히 내려와 골목 및 마을길을 지나다 보면, 홍난파 가옥을 볼 수 있다. 근대 가옥의 내부 모습이 궁금하다면 개방 시간에 맞춰 홍난파 가옥, 그리고 인근의 딜쿠샤와 경교장을 찾으시길 권해드린다. 자세한 내용은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성곽마을 행촌권 탐방 이야기를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홍난파 가옥을 지나면 월암 근린공원에 들어선다. 공원을 조성하면서 서울시 복지재단(구 기상청 건물)의 담장 축대 아래 묻혀있던 성벽의 일부가 드러났고, 이를 활용해 공원을 따라 성벽이 12~3년 전쯤 조성됐다. 여기 공원과 그 둘레길은 참 고요해, 걷는 동안 마음이 평안해지더라.
돈의문터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시작한 인왕산 구간 순성의 종착지, 강북삼성병원 부근의 돈의문 터. 그 표시가 너무 미미해서 안타까웠다. 한양도성 사대문 중 유일하게 지금 존재하지 않는 돈의문. 원래 위치에 도로가 났기에 혜화문이나 광희문처럼 조금 옮겨서라도 복원되었으면 좋겠다.
평소 걷던 것과는 반대로 인왕산 구간을 걸었다. 역시 한양도성 순성길은 걷는 방향에 따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인왕산을 오르니 훨씬 힘이 덜 들었고,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경치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추석연휴에 이것저것 많이 먹어 살이 조금 쪘었는데 인왕산 등정으로 원래 무게로 되돌릴 수 있었다.
가을의 한양도성 탐방은 찐이다. 주렁주렁 글을 많이 썼는데, 가보면 정말 너무 좋다. 마음의 힐링이 필요하다면, 더 건강한 신체를 원한다면, 바로 지금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으로 힐링여행을 떠나자!
한양도성에 대한 배경지식을 살짝이나마 쌓고 가신다면 더 풍성한 탐방이 되실 것이다.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