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종이접기 어떨까요?
산안개 따라오거나
고요하게 비 내리거나
접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창문을 열어둡니다
울타리 너머 나비 한 마리
싸늘한 공기를 이리저리 접습니다
낙엽 쪽으로 난 생각들이 후드득 내립니다
익숙한 의자 마당에 놓고
생애 가장 큰 몸짓 앞에 살며시 앉아봅니다
가을이 깊어진다면
접을 때마다 번호를 붙일까요?
기억을 세세하게 묻힌 낙엽들 이리저리 뒹굴고
낙하 행렬은 끝이 없습니다
바스락거리며 노래는 이어지고
의자 주변에서 별들이 빛납니다
종이를 접는 동안
가을은 동심원을 만들며 이 세상 끝까지 퍼져갑니다
낙엽이 내 손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날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종이 접기가 끝나면
한 마리 학이나 네잎클로버가 완성되겠지요
그때
가을이 잔등처럼 남아있다면
이 가을이 가도 언젠가 또 가을이 올 거예요
종이접기 하듯
지나버린 시간 한껏 접어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