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에 관심은 없지만 일일바는 차리고 싶어
Cheers!
어언 고진감래바를 열고 약 2달간의 시간이 지났다.
2주간의 준비도 바쁘고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지만
바를 열고 난 당일에 느낀 점들이 많았다. 2달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할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2022년이 지나기 전에 준비기간이 짧고 바쁘더라도 일단 열어보길 잘 했다.
요식업이 왜 힘든지도 알게 됐고, 현실은 실제랑 다르게 움직였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도 명확해 졌기 때문에. 그냥 하고 싶다, 생각에서만 그쳤다면 몰랐을 것들이 많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사실 고진감래바는 총 지출 비용 대비 수익률이 모자란 적자로 종료됐다.
하지만 고진감래바가 종료되고 묘하게 켕기는 구석이 있었다. 그냥 이익률이 마이너스니까 이건 실패한 프로젝트야! 에서 그치기에는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개별 수익과 당일 수익 그리고 지출 비용을 계산하고
이 비용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보게 되었다.
결과를 보니 기존 입장료 대비 당일 수익이 추가로 173% 이상 발생한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건 와주신 손님들께서 더 잘 되라고 주신 애정이고, 그 애정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모자르지 않은 준비를 했다.
새삼 애정으로 가득한 일일바였다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사랑만 받고 끝나는 경험은 잘 오지 않는 것을 알기에 그 마음에 감사드린다.
왜냐면 준비 해야 할 것들이 많고, 그 준비를 매일 매일 한다고 하면
체력적, 정신적인 소모가 클 것 같기 때문이다.
공간과 차 그리고 일정 금액 이상의 가게를 보호할 수 있는 자금이 꼭 필요했다.
차가 없어서 택시를 잡아타고 택시기사랑 옥신각신 했던 원치않는 이벤트도 있었고,
장 보러갈 때와 바를 준비할 때 갈기님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가게를 운영할 때만 일을 하는게 아니라 음식 및 재료 준비는 몇일 전 부터 하는 곳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재료 공수는 또 그 사이에 언제 하나... 정말이지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은 부족한 그런 일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와 술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경험은 잊지 못할것이다. 내가 만든 상품이 그 자리에서 기분 좋게 소비되는 걸 보는 점도 빼먹을 수 없지!
자차 준비와 운전 능력, 정말 중요하다.
특히 내 공간이 아닌 공간을 빌리는 일일바를 연다면 가게 개업 준비 부터 당일날 다 해야 하는데
그 때 필요한 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공유 주방에 조리도구, 그릇, 휴지, 테이블 같은 것들이 마련 되어있다고 해도 준비 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작게는 하이볼 만들 때 들어가는 토닉워터도 당일에 준비해야 하니까.
택시는 필요하면 탈 수 있지만 역시 자차가 최고다.
지인 중에 운전할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차를 빌리거나 운전을 부탁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일 하면서 하는 딴짓이 재미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당일날에 내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즐거운 경험을 해서 그런지 또 하고 싶다.
메뉴를 어떻게 짤지 술을 어떻게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어떤 감동을 전달할지, 컨셉은 어떻게 정하고 그 날의 운영은 어떻게 하고 이런 것들 하나하나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 것 치고 막혔던 점들도 없었고 당일 진행은 수월하고 매끄럽게 진행됐던 것 같다. 감사하게 당일 예약 펑크도 없었고!
다 마쳐보니 어떤 메뉴를 추가하고 제외할지도 감이 왔다.
결국 바의 개성과 직결되는 부분이고 기회가 된다면 술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컨셉으로도 도전해보고 싶다.
다시한번 내 성향을 느낀다. 체계가 잡혀져 있는 것 보다 최대한 자유로운 상황에서 없던 것을 만들어가고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을 잘 한다는 점. 다음번에 한다면 한번 했던 경험을 수정하며 더 좋은 기획을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