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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스 Jan 22. 2017

느릿느릿 걷기 부암동

서울에 이런 동네도 있었나요?

낮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부암동


부암동에 대해 알게 된 건 불과 몇 주 전이다.

 

"네가 딱 좋아할 분위기의 동네야." 


남자 친구의 말 한마디에 부암동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인적이 드문 동네의 풍경이 눈 앞에 그려졌다. 


유난히 한적했던 부암동의 풍경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7022번 버스를 탔다.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15분가량 달려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내렸다. 


인왕산을 배경으로 아담한 마을 풍경이 들어왔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도로 위 간간히 지나가는

몇 대의 차량을 제외하곤 꽤 한산했다.


데미타스 입구에 놓여있던 피아노

12시를 훌쩍 넘은 점심시간, 

부암동의 유명한 맛집 데미타스를 방문했다.


삐그덕 -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쓸쓸히 놓인 피아노만이 유일하게 반겼다. 

켜켜이 쌓인 먼지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찰나, 

창고 같은 낡고 가파른 계단을 발견하고 올라가니 비로소 식당 내부가 나왔다. 


부암동을 방문한 시기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데미타스의 아담한 공간에 놓인 테이블은 딱 4개. 이미 만석이었다. 


"다들 방금 왔어요." 

쿨내 진동하는 사장님의 한 마디. 


직접 요리해 서빙까지 제공하는 까닭에 일반 식당에 비해 오래 걸린다고 벽면에 적혀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느림의 미학이 바로 부암동의 매력인걸.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른 가게로 향했다.


싱싱하고 아삭한 샐러드가 참 맛있다 

데미타스를 대신해 찾은 맛집은 소소한 풍경.

부암동 동네 분위기에 걸맞는 이름이었다. 


외관은 전원주택처럼 보였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레스토랑 못지않게 고급스러웠다. 

정갈한 한식이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나왔다. 


정갈한 한식이 코스요리로 제공되는 소소한 풍경

신선하고 아삭한 샐러드부터 시작해 

연어 카프레제, 훈제구이, 그리고 작은 떡과 따뜻한 매실차가 제공됐다.

곰치 나물, 젓갈 등 밑반찬도 모두 훌륭했다. 한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고 나왔다. 


창가로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비밀의 정원> 전시 중 일부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전시회 <비밀의 정원>이 열리는 서울미술관으로 향했다. 


서울미술관은 부암동의 매력을 더해주는 공간이다. 

풀숲에 핀 작은 토끼풀처럼 부암동의 숨은 보물이 바로 서울미술관이다.


유명세를 탄 덕분인지, 서울미술관 전시회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래도 내부가 꽤 넓어 찬찬히 전시를 둘러봤다.


서울미술관 꼭대기로 연결된 석파정

특히 서울미술관에 위치한 흥선대원군의 별서인 석파정이 부암동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순간 여기가 진짜 서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기와집과 정자가 낯설게 느껴질 법 했지만,

석파정은 부암동 동네 속에 고스란히 잘 녹아 옛스러움을 더했다.


시골마을에 놀러 온 것마냥, 맑고 상쾌한 공기에 흠뻑 취했다.


소소한 풍경 맛집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동양방아간

석파정 부근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내려왔다.

 

겨울이라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탁 트인 서울 경치가 한눈에 들어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1990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클럽에스프레소 clubespresso

마지막으로 부암동 클럽에스프레소에 방문했다. 

클럽에스프레소 since 1990, 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카페였다. 


부암동 동네 분위기에 걸맞게 붉은색 벽돌 건물이 아우라를 내뿜는다.


여러 종류의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 클럽에스프레소

커피맛이 특별했던 건 아니지만, 아늑한 내부 분위기가 쏙 마음에 들었다. 

고소한 빵과 커피 향기는 카페를 감쌌다.


그렇게 카페 클럽에스프레소를 끝으로 부암동 투어를 마무리했다. 


구석구석 훑어볼 곳이 많았지만 

추운 날씨 탓에 오래 머물진 못했다. 


포근한 봄에 방문하면 딱 좋을 듯 하다.

 

또 보자, 부암동아

겨울의 한적하고 쓸쓸한 풍경도 제법 괜찮았다. 

느릿느릿 걷기 좋았던 부암동. 


하루 내내 즐거웠고, 3월쯤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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