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갈 것 같은데?'
저번주 저녁, 이상하리만치 몸이 좋지 않았다.
낮부터 쏟아지는 피곤함에 축 늘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저녁에 집에 와서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심한 복통과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문득 씻는 도중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건 분명 응급실에 갈 징조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녘에 열이 38도를 찍기 시작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새벽 3시
오한이 나는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집 근처
응급실에 도착하여 침상에 몸을 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집 앞 5분 거리에 응급실이 있어서
평소에 출퇴근길을 오가며
'언젠가 아프면 저기를 꼭 가야 하니 위치를 기억해 두자'
라고 스스로 되뇌며 미리 대비를 해둔 게 다행일까나.
어찌 됐든 급성 장염으로 지금까지 끙끙 앓으며
주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래저래 고생하고 있는 요즘이다.
돌아보면 8년 전 2017년 대학생때와 똑같은 양상이다.
그때도 뭘 잘못 먹었는지 급성 장염으로 2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갔고
살이 아주 쪽 빠져서 야위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로부터 인생이 한번 크게 변하였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대운은 10년마다 바뀌고
뭔가 인생이 바뀌기 직전에는 집, 직장, 신체 등이 변화를 겪는다고.
나의 경우는 항상 몸이 심하게 끙끙 앓는 특징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여지없이 여름 이맘때쯤만 되면
더위가 꺾일 때쯤 내 몸과 마음도 한 번씩 꺾였었다.
어찌 됐든 그렇게 발달한 내 촉은, 그리 썩 좋은 레이더는 아니지만
대충 언제쯤 내 몸이 아프고 인생이 변할지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선'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촉'은 그 사람의 수십 년이 데이터가 쌓인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영어로 말하면 'gut felling' - 장기로부터 오는 느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감'이란 게 이런 것이다.
하필 내 직감과 촉은 몸이 아픈 신호를 기점으로 인생이 변할 것 같다는 것이지만
사람마다 그 직감과 촉은 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내 여자친구는 '쎄함'을 감각적으로 타고나서 그런지
누군가를 봤을 때 그 기운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촉은 얼만큼 타고났을까?
각자의 살아온 발자취와 민감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가끔은 강하게 오는 내 촉을 믿어도 된다.'라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내 촉은
복통으로 하루 종일 화장실에 들락거리게 생겼다.
이번 장염도 꽤 오래 가겠구나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