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예쁘다 - 두 번째 이야기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집 근처 서점에 종종 들른답니다. 아내는 저랑 조금 달라서 뭔가에 빠져들면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통 모릅니다. 주변 상황을 까맣게 잊는 거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겁니다. 저는 산만해서 그런지 몰입이라는 걸 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아무튼 서점에서 아내는 더욱 그런 편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저는 저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관심 있는 책 코너에서 각자 책을 봤죠. 저는 책을 다 본 후, 아니 뭐 책을 봤다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충 훑어보고 아내를 찾아 그녀가 있던 서가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보이지 않고 그 서가 근처에 웬 남자가 멍청하게 입을 벌린 표정으로 뭔가를 바라보고 있던 겁니다. 그 남자는 손에 책을 들고 있긴 했지만 시선은 전혀 엉뚱한 데 가 있었지요.


뭐야? 저놈은, 하면서 저도 모르게 제 눈은 그 남자 시선을 따라갔습니다. 웬걸요. 그곳에는 제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두 무릎을 세우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책에 빠져있었지요. 날이 더워 짧은 반바지를 입었던 터라 아내의 자세는 보기에 따라 퍽 야할 수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녀석을 쏘아보았지요. 제 시선을 느꼈는지 놈은 멋쩍은 표정으로 제 아내에게서 시선을 거두었습니다. 저는 아내 곁으로 가서 아내가 책을 고를 때까지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마치 주인을 지키는 진돗개 마냥이요. 아내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녀석은 좀 집요했습니다. 생긴 것은 허여멀거니 뭐랄까요, 도서관이나 집에서 공부, 아니 컴퓨터 게임만 하게 생긴 놈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서점에서 줄곧 우리를 따라다니며 쳐다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등이 따갑다 싶어 뒤를 돌아보면 놈이 책을 보는 척하면서 우리- 아니지요, 정확히는 제 아내를 바라보다가 제가 녀석을 쳐다보면 흠칫 놀라 시선을 거두고는 했습니다. 이 새끼 좀 보게? 슬슬 부아가 났습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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