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예쁘다 - 마지막 이야기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그날 이후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우습더군요. 한 번도 아내 말을 의심해 본 적 없던 제가 어느 날 서점에서 그런 일을 겪은 뒤로 아내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러워지다니요. 생각해보면 사실 지금껏 아내의 이야기만 듣고 믿어왔을 뿐이지 눈으로 혹은 어떤 증거물로도 아내 말을 확인할 수 없는 일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제 눈으로 뭔가를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내가 정말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면 혹은 그 반대로 정말 그렇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궁금증, 호기심, 의혹, 불안 이런 것들이 사라지리라 믿었습니다. 차라리 아내가 다른 남자의 시선을 알고 있으며 실은 즐긴다는 걸, 그저 흔한 일상처럼 넘기는 걸 본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누군가 접근했을 때 매몰차게 거절하는 모습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본다면 제 이런 의심과 의혹은 순간에 사라지리라 생각했지요.


그날 이후 저는 아내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출근한다고 나와서 집 근처에 숨어 있다가 아내가 외출할 때쯤이면 뒤를 밟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아내는 주변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기 뒤를 쫓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더군요. 그게 저인데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첫날은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회사는 며칠 휴가를 낸 참이라 크게 지장 받지 않고 아내를 쫓을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도 아내 뒤를 밟았습니다. 그날도 별일 없더군요. 셋째 날도.... 쫓았습니다. 그날은 실제로 어떤 놈이 아내를 쫓아가 뭐라 뭐라 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내는 정말이지 단칼에 거절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봤으니까 저는 안심하고 이제 아내를 쫓는 일을 그만둘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종일 그렇게 아내를 쫓는 일은 뜻밖에도 이상한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누군가를,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 뒤를 쫓는 일은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몰래 훔쳐보는 재미랄까. 제가 없을 때 그 사람을 훔쳐보는 일은 정말이지 놀랍도록 흥미진진했습니다. 타인을 미행하는 일이 이토록 즐겁고 스릴 넘치며 생동감 있는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조마조마할 때의 그 기분은........ 정말로 내가 살아있구나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 뒤를 쫓는 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회사 일은 엉망이 되었고 아내에게는 내가 당신 뒤를 쫓고 있다 말할 수도 없었고.... 어느덧 일도 결혼 생활도 그렇게 서서히 엉망진창이 되어가더군요. 조금씩 무너져간 겁니다. 저는 그저 오로지 아내 뒤를 쫓는 일에만 흥미를 느꼈고 아내가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오히려 초초해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 녀석도 그렇게 누군가의 뒤를 쫓았던 것일까요.


아내와 저는 결국 이혼했습니다. 끝끝내 저는 아내에게 내가 당신 뒤를 쫓는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일에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말을요.... 제발 매일매일 외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아내 뒤를, 아니 아내였던 그녀, 너무나 예쁜, 내 아내였던 그녀 뒤를 쫓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사연입니다. 아내 뒤를 쫓는 일에 미친 남자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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