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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n 24. 2024

낯선 타자와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김영화 지음 / 256쪽 / 17,000원 / 메멘토



2021년 8월의 뉴스 화면에는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날아온 사람들이 공항에 도착한 모습이 나왔다.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선 궁금한 것은 무엇을 특별히 기여했기에 이러한 호명이 가능한 걸까? 였다. 전쟁이 발발하면 사람들은 이주의 물결에 합류한다. 이때의 이주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분투이고 목숨을 건 모험이다. 그래서 일단 이들을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도록 허락한다. 

실질적으로 난민이라는 지위를 부여받는 것과 상관없이 말이다.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 도착하면 난민 지위를 받기 위해 심사를 받아야 하고 그 심사에 통과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평균 3퍼센트 이하였음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허가받은 특별한 난민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 군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의 정착은 뜻밖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지역이 특정되고, 집단적 이주라는 결정이 울산 지역의 한 동네를 혼란과 갈등에 빠뜨린 것이다. 왜 환대하지 못하는가라고 단순히 비난할 수 없다. 또는 정부가 요청하면 다 수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불쌍한 전쟁 난민이라는 시선으로 봐 달라고 하는 것 또한 시혜적인 시선이어서 문제다. 하지만 난민이 낯선 땅에서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들으면 왜 남의 땅에서 권리를 행사하지라며 거부감이 일기도 한다. 오히려 우리는 안전한가에 대해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난민이라는 타자와 살아본 경험이 없는 지역 공동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단편적인 기사로 남은 사건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난민 아이들의 등굣길에 손잡고 걸어간 고 노옥희 교육감의 모습만이 각인된 채 말이다. 하지만 함께 살아내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과의 정착 기간 1년은 많은 이야기를 한 지역 공동체 사람들에게 남겼다. 그 이야기가 담긴 책이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이다. 찬성과 반대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업에서 일할 노동자를 채용하는 일을 지원하는 사람과 정착과 안정적 가정생활을 지원해야 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담당자와 이들의 한국어 소통을 지원하는 통역사와 교육을 담당했던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학부모들, 날마다 일상에서 마주쳐야 했던 이웃들과 동네에서 함께 놀아야 했던 아이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 건 탈출을 통해 생존을 이어갔던 난민 당사자들의 이야기다. 김영화라는 기자에 의해 이야기들이 하나의 책이 되어 타자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미래를 먼저 조망하고 성찰하게 하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되었다.

정착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담겨있으며, 끝내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주까지도 담고 있다. 그 이주의 이유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특별기여자로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출은 극적이고 기적과도 같은 도움이었으나, 일방적인 거주지 정착 요구와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의 일이 아닌 것을 좁은 선택지로 두고 강요한 일, 사전에 함께 살아가야 할 지역과 제대로 되지 않은 소통이 오히려 정착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편협한 세상에서 벗어나 미래에 확장된 지구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낯선 타자를 공존해야 할 동료 시민으로 그리고 나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정혜실_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우리 안의 인종주의』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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