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Nov 11. 2024

사소한 것들을 모아 힐링과 위로를 주는 책방

‘사소한 책방’은 대구 서구에 위치한 작은 책방입니다. 대구의 주요 상권은 동성로를 중심으로 되어있어 그 외의 지역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것, 특히 책방은 위험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 작은 골목에 위치하고 특히나 간판도 없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운영한 지 1년이 갓 넘은 지금은 멀리서도 찾아주는 책방이 되었습니다.

제가 책방 위치를 선정할 때 고려했던 건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과 작지만 개성 있는 점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방 근처에 대구를 대표하는 두류공원이 있고 작은 빵집과 카페, 소품숍, 식물 가게 등이 골고루 퍼져있습니다.

이름이 사소한 책방인 이유는 모든 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클리셰 같은 글에 영감을 받아서, 책이라는 이제는 거의 읽지 않는 사소한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힐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책방을 하고 싶게 된 계기는 우울증을 겪으면서 책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현대에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희 책방 큐레이션은 각기 다른 인생에 대한 에세이와 철학, 영화, 미술, 여행 등 마음을 환기시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책들이 구비되어 있고 개인적으로는 인문학을 선호해서 역사, 정치, 지리 책들도 있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책에 대한 좋은 경험을 드리고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일별로 맞는 작가님을 찾아서 블라인드 북으로 큐레이션한 생일 책을 선보였습니다. 직접 소유하거나 선물을 통해 책 자체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더 깊은 독서에 빠질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소한 책방을 찾아 주시는 고객들에게 오감 만족을 드리려고 합니다. 미각은 주변에서 젊고 감각 있는 빵집과 카페를 선정하여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 방문을 유도하고 책도 더욱 편한 공간에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시각은 책방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서 조도를 통한 눈의 피로를 줄이고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후각은 책 고유의 냄새와 책을 구매할 때 조향사가 만들어준 향을 포장지나 책갈피에 입혀서 포장을 열었을 때 기분 좋은 향이 코를 감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청각으로는 책방 내에 음악은 물론이고 턴테이블과 몇 장의 LP를 구비해서 언제든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촉각은 책의 질감과 연필을 적으며 느끼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필기감이 좋은 연필을 사용해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을 고객들이 알아준 덕분에 멀리서 찾아와 주기도 하고 칭찬을 해주셔서 항상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1년이 지나 새로운 1년을 맞으면서 더욱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일에 치여서 오히려 책 읽는 시간이 부족했고, 내성적인 성격과 모객이 잘 안 된다는 핑계로 독서 모임이나 북토크를 더 많이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책방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오래 이 자리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너무 큰 칭찬임과 동시에 얼마나 오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집니다. 가끔 폐업을 한다는 책방들의 안내문을 보며 나도 언젠간 저런 글을 써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비록 시작은 책과 관련된 학습이나 경험 없이 했지만 하루하루 버티면서 거북이처럼 오래 남아있고 싶습니다.


주소 : 대구 서구 당산로 210-43 1층

운영 시간 : 월~토 14시~19시(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sasohan_bookshop


김창남_사소한 책방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