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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숙 Jan 23. 2024

치매 걸린 아내에게  화 내서 괴롭다

치매 아내랑 지금처럼  함께 살다 천국 가는 게 소원입니다.

집을 나서니 찬 공기가 얼굴을 덮친다. 고갯길을 올라 채니 바람은 더 매섭다.

옛날 산을 깎아서 형성된 동네라  높은 언덕이 군데군데 있다.

십분 정도 걸어서 칠십 대 부부가 살고 있는 어르신 에 도착했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 부인께서 치매 5등급 판정을 받으셨다. 벌써 이 어르신을 섬긴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아내들은  남편이 불편하면 섬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가정은 남편께서 치매 걸린 아내를 돕고 있다. 치매가 회복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증명되지 않는 약을 구매해서 열심히 혓바닥 밑에 뿌려주신다.




반찬이나 찌개를 끓여드리려고 해도 보호자께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다. 얼마 전에 혼자서 담갔던 김치도  한가닥 찢어서 맛보라고 다. 간도 알맞게 되고 양념도 골고루 배이게 잘 담아 놓았다. 반찬은 본인이 하셔도 그림 그리기, 간단한 더하기 빼기, 퍼즐 맞추기. 미로 찾기 등은  같이 하기 힘드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퍼즐 판과 똑같은 퍼즐조각에 같은 숫자를 써놓았다.

같은 숫자를 찾고 난 후 똑같은 숫자가 쓰인 판에 맞추는 것도 손에 퍼즐 조각 들고 잊어버다.




간단한 것도 혼자서  안되니 보호자께서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하실까?

양치하고 난 후 치약을 바로 삼켜버리고 세수 비누도 한 번씩 베어서 먹는다.

그래도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퍼즐 맞추기 등  좋아하신다. 그림이 그려진 도형 위에 색연필을 이용해서 형형색색으로  완성한 후  벽에다 붙여 놓다.

저녁에도 혼자 거실에서 벽에 붙은 그림을 보거나 같이 만들었던 작품을 관심 있게 봐서 보호자님도 그것 하나로 좋아하신다.

다행히 성품도 온화해서  산책하는 길에  모르는  아이들을 만나도 예쁘다고 칭찬한다.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봬도 아는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하신다.      

다시 좋아지길  간절히 바라는 보호자님께서는 치매 치료제가 나오기만을 바라고 계신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이 상태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현재까지  치매는 관리하면 지연은 좀 될지언정 회복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호자님은 치료되길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     




요즘  보호자께서 힘드신지 하소연을 자주 하신다.

당뇨, 고혈압,  치매 약 시간 맞추어서  꼭 챙겨서 드려야 된다.

어쩔 땐 보호자도 약 챙기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치매 걸린 아내가 기억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 날 때가 많다고 한다.

물과 약을 챙겨드리면 약은 그대로 두고 물만 마실 때도 있다.

먹는 것도 눈에 보이는 대로 먹어서 관리도 힘드시다. 밀감 한 박스를 사다 놓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어 버려서 감추어 놓는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를 다그치고 화를 내고 나 힘들어하신다.

아픈 아내 돌보는 게 쉽지 않은데 보호자님은 너무나 잘하신다고 격려해 드렸다.

힘드시니 하루 여덟 시간 돌봐주는  주간보호센터  권유했다. 그랬더니 아직까지 본인이 관리할 수 있다고 하신다.

제일 좋아하는 “섬마을 선생님” 음악이 나오면 눈 지그시 감고 손뼉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왠지 슬프다. 이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 십 대였을 이 언니의 모습이 상상 속에 떠오른다.




주변에 치매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아는 분 중에 거울만 보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 보며 남의 집에 쳐들어왔다고 삿대질하며 욕 한다.

가족들이 거울 위에다  달력이나 예쁜 그림으로  붙여 놓았다.

화장실 갈 때는 초비상이다. 거울 보지 않게 하려고 애쓰지만 어쩔 땐 미처 막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 보며 도둑이라고 소리치고, 삿대질하다 주먹으로 쳐서 손이 자주 다친다.

이 어르신도 옛날 노래가 흘러나오면 흥에 겨워 손뼉 치고 춤추며 다니신다. 꽃무늬 잠바 입고 굵은 파마로 멋을 부리고 주간보호 센터 가신다.    

그런데 거울을 자주 깨서 그마저도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섬기고 있는 대상자 언니는 젊었을 때 시부모님께 잘해드렸다고 한다.

두 시간 걸리는 거리인데도 매주 반찬 만들어서 가져다 드렸다. 몸이 불편하자 여섯째 며느리인데도 집으로 모시고 와서 같이 살았다. 시어머니 먼저 천국 가시고 혼자 남겨진 시아버지도 잘 모셨던 착한 며느리였다.  시부모님 잘 모셨고  오십 년 넘게 살았던 아내이니 잘해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하신다.

 

그런데  화장실 다녀와도 뒷 처리도 잘 못하시고,  옷매무새도 만져 드려야 한다.

어쩔 땐 영양제도 한꺼번에 복용하니 본인도 모르게 소리치고 다그치고 나면 속상하다고 하신다.  

오늘은 특별히 많이 지치셨는지  저를 붙들고 하소연하신다.



우리 상할머니께서도 치매를 앓으셨다.

바쁜 철 어른들은 일하러 들로 나가셨다. 그때마다 마당에서 놀고 있는 우리들에게 부탁하셨다. 상할머니께서 물 찾으시면 숟가락으로 떠서 드리라고 단단히 일러놓고 가셨다. 사촌, 육촌이 한 울타리에서 살다 보니 큰 집인 우리 집 마당에서 함께 놀았다. 할머니 소리가 들리면 너도 나도 뛰어가서 물 한 숟가락씩 떠서 드리고 나왔다. 나중에 흥건하게  오줌 싸거나 대변볼 때도 있었다. 가끔 대변이 손에 묻어  말라 있었다. 그럴 땐 어머니께서 세숫대야에   담그고 계시라고 하면 "알았다" 하시고 게 손을 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 치매 걸린 상할머니께서 리를 나무라 주셨다.  상할머니 누워계신 방에서  모든 식구들이  함께  식사했다.

 대가족이 살던 때는 아들, 딸이  태어나도 웃어른들과 함께 키웠다.

우리 육 남매를 업어 키우신 상할머님 항상 애쓰셨다며 고마워하셨다

읍내 사시는 상할머니 딸되신 고모할머니께서 고생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모시고 가셨다.

가신 날부터 유리창문에 눈을 대시고 담배통챙겨놓았다.

큰오빠가 학교 돌아오는 길에 다시 집에 오시려고  눈을 떼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모 할머님이 들어오시면 담배통을  얼른 방가운데 두셨다고 한다.

바쁜 철에 종손 며느리 애쓰는데 손주들 봐줘야지 편히 계신 게 오히려 편치  않았던 것이다.

우리를 키워주신 상할머님이 편찮으시자  철없던 우리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만 함께 도왔다. 록 시샘하느라 물을 서로 드려서 소변을 많이 누시긴 했지만

이제는 아득히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한쪽이 아프면 돌보는 가정은 그래도 다행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함께 살다가 천국 가신 게 소원이.

보호자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태그 찍고 나오는데 또다시  안방에서 언성 높이며 아내 이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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