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중학교 때까지 학원을 보내지 않다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너를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에 보냈단다. 이때 학원비가 거의 100만 원에 가까웠고 엄마는 무리했어. 그런데 너는 학교에서 임원을 하다 보니 학원을 자주 결석을 하게 되고 학원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단다. 물론 성적도 오르지 않아서 엄마는 결단을 내렸지.
“앞으로 스스로 공부해서 성적에 맞는 대학에 가라.”
너는 그렇게 했고 대학에서 이탈리어를 전공하게 되었다. 사실 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고 미대에 가고 싶어 했지만 하지 못했지. 엄마 혼자 생활을 책임지면서 동생이 둘이나 있는데 미대 공부를 시키기에는 무리였단다. 너는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했을 때 아주 슬퍼했지. 엄마도 무척 슬펐단다. 왜냐하면......
‘엄마도 그랬어.’
엄마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사람이었단다.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으로 감히 말조차 꺼내지 못했고 그림과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했는데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한 딸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단다. 너도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해 대학 생활을 힘들어하더라. 그러다 결국 유학을 가겠다고 했고 네 인생을 찾아 떠났지.
너는 엄마 닮아 겁이 많은 아이였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혼자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무서워했고,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았는데 외국을 가겠다는 말에 엄마는 많이 놀랐고 한편으로는 네 대범함이 부러웠단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네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엄마는 누구보다 잘 알아. 네가 한국을 떠났던 그 나이에 엄마도 마산이 답답하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단다. 그러나 두려움이 더 커서 떠나지 못했지.
엄마는 큰 세상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두려움이 더 커서 포기했고 너는 실행에 옮겼지. 엄마는 큰 변화에 용기를 내는 네가 부러웠단다. 겁이 많았지만 꿈을 위해서 어려움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는 너, 그 과정에 완전히 몰입해서 견뎌 나가는 네 모습은 같은 인간으로 존경한단다.
사랑하는 딸!
외국에서 혼자 사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니?
“힘들고, 외롭고, 그립고......”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고 울컥해지네. 네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모를 만났다면 네가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드는구나. 다행히 너는 그곳 생활에 잘 적응했고 그림을 그리는 삶은 아니지만 네가 원했던 항공사에 취직했고 인생의 반려자인 댄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엄마는 고맙단다. 너는 정말 대단한 딸이고 엄마가 어떻게 너 같은 멋진 딸을 낳았는지 그저 감사할 뿐이란다. 늘 지금처럼 멋지게 내 인생을 개척하며 살기를 희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