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마음이 살짝 기운다.
요즘 새벽에 눈이 떠진다. 피곤한 몸은 아침까지 자라 하는데 몸과 정신이 따로 놀고 있어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불속을 헤매다 일어났다. 4시.
성호경 긋고
화장실 다녀오고
물 한 잔 마시고
머리맡에 놓여있던 시집을 펼쳤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손으로 훑다가 눈길 머무는 곳에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다.
그래도
사랑했다
좋았다
헤어졌다
그래도 고마웠다
네가 나를 버리는 바람에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
새로운 별
마음이 살짝 기운다
왜 그럴까?
모퉁이께로 신경이 뻗는다
왜 그럴까?
그 부분에 새로운 별이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아니다, 저편 의자에
네가 살짝 와서 앉았기 때문이다
길고 치렁한 머리칼 검은 머리칼
다만 바람에 날려
네가 손을 들어 머리칼을
쓰다듬었을 뿐인데 말이야.
새로운 시
어떻게 하면 시를
예쁘게 쓸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씻어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대답에
놀라는 얼굴로 바라보던 아낙
호동그란 그 눈빛이 내게는
더욱 새로운 시였습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씻어내다 보면 시를 쓸 수 있다는데...
글. 사진출처: 나태주[마음이 살짝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