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란 말이 제일 싫어
글,그림: 흥국생명들
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사맘이다.
학교에서는 좋은 선생님이자,
능력있는 동료 교사이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모범생으로 살아온 나는
나 잘난 맛에 산다.
학기 초가 되면 상담을 온 학부모들이
은근히 전 학년 담임선생님의 흉을 본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손사레치며 못 들은 척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다.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놀이터를 들러,
직장 여성으로서의 구두 굽을 신나게 밟아준다.
삼삼오오 이야기하는 전업 엄마들이
나를 부러워 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진다.
매일 아침 출근길,
두 아이의 등교(등원) 준비로 벌써 피곤하다.
남들은 춥다고 벌써 코트를 꺼내 입는데,
나는 아침마다 등줄기에서 뜨거운 열이 올라온다.
그래도 난 프로니까,
차에서 내리기 전 텐션을 끌어올리며,
직장인의 가면을 장착한다.
코에서 스팀 나오게 하는 아이에게도
돌아서면 수십번씩 똑같은 질문을 물어보는 아이에게도
난 웃는 얼굴로 대답해준다.
너희들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며
교과서같은 말을 교과서 같이 내뱉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나는 아마추어가 된다.
방 밖에서 들으면 동이가 마치
고3 수험생인 줄 알 것이다.
반전일지 모르겠지만, 동이는 고작 초등 3학년인데...
처음부터 동이에게 화낼 생각은 없었지만,
가르치다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남의 자식이 못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내 자식이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니
너는 내 자식임에 틀림없나 보다.
하루 종일 구구단도 서툰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내 성질 죽여 가르친 것을 분풀이라도 하듯,,
나는 오늘도 동이에게
온갖 쓰레기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허울좋은 ‘나 전달법’ ‘칭찬과 격려’ 따위의 교육은
왜 내 자식에게는 잘 되지 않을까.
처음부터 동이에게 윽박지른 건 아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를
수없이 되뇌이며
기도하던 그 시절도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잔병치레가 잦았던 동이 때문에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밤새던 시절도 많았다.
동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나는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덮고 자지 않았다.
이불을 덮고 자면,
나도 모르게 푹 잠들어 버릴까봐.
그래도 커가며 건강하게 자라는 동이가 고마웠고,
동이에게 절대 공부따위는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곤 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
그런데,
왜 어째서,
나는 오늘도 화내고 있는가.
누가 나를 이토록 화나게 했는가.
막상 동이가 학교에 다니고 나니,
내가 가르쳤던 수많은 훌륭한 아이들과 비교가 됐다.
(선생님 : 어머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게 제일 나쁜거에요.)
막상 동이가 학교에 다니고 나니,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아니, 시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았나?
독서는 습관을 들여야 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고,
수학은 기본기가 중요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고,
영어는 발음이 중요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고,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고,,,,
(선생님 :어머님, 어렸을 땐 많이 놀아야 해요.)
막상 동이가 학교에 다니고 나니,
동이의 모든 행적들이 내 성적표가 되는 것 같았다.
(선생님 : 어머님,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하잖아요.)
나 잘난 맛에 사는 나는
내 잘난 척을 위해
화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엄마로서 초심은 잃어버린지 오래,
그래도,
너에 대한 진심은 아직 가슴에 남아있는데..
누가 나를 화나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