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절대로 그리면 안 돼! 스케치북에도_ <절대로 누르면 안 돼!> 시리즈가 또 한 권 나왔어요. 이번에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를 못하게 하는 래리가 등장합니다. 이 그림책은 하지말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아이들의 심리를 정말 잘 이용하여, 행동하게 만들고 그 재미를 극대화하는 독자 참여형 그림책이랍니다. 래리를 따라 그리며, 래리를 도와주다 보면 어느새 즐겁게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아이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죠!
*선택과 결정의 연속인 삶을 잘 살아내는 아이들을 위하여
삶은 정말 선택의 연속입니다.
아침에 무얼 먹을까 부터, 어떤 옷을 입고, 몇 시에 집을 나설까, 샤워를 아침에 할까 등등 정말 많은 것을 선택하며 하루를 보내게 되죠.
나이가 들고,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면 좀 덜하려나 했지만, 웬걸! 직장인이 되면서 선택할 거리와 그 책임의 무게가 점점 많아지고 커집니다. 그러다가 가족을 이루고 부모가 되면 선택 하나가 아이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가족의 무게 중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가지기도 하죠. 그래서 이제는 ‘선택’이라는 자체가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해야할까요. 저 역시 살던 아파트를 벗어나 전원주택으로 들어올 때도 그랬고, 아이가 아플 때의 선택들이 모두 그런 중압감이 엄청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남들이 수십벌 입어본다는 웨딩드레스를 세 벌정도 입어보고 단박에 고르고, 물건을 살 때나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도 금방 원하는 것을 잘 고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결정장애가 없다.‘고들 하며, 그것을 부러워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저는 원래부터 선택을 잘 했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끊임없는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다보니, 진정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결정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리고 그 배경엔 저를 믿어주고, 스스로 자유로운 선택을 계속 하게 만든 어머니의 육아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던 어머니는 특히, 서점에 갔을 때 제가 원하는 책은 거의 모두 사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특히 ‘서점’이라는 장소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넓고, 선택지가 많은 대형서점은 더더욱 좋아했죠.
물론 그렇게 결정한 책들이 모두 좋은 책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읽다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들도 있고, 표지와 다르게 내용이 부실했던 기억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점차 어떤 책을 구입해야하는 지, 제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출판사, 좋아하는 번역가들도 생겨났고, 그런 카테고리는 훗날 인생의 결정에 든든하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택과 결정의 연속인 ‘삶’을 잘 살아내는 아이들을 위하여, 첫 출발점으로 가장 안전한 카테고리 중 하나인 ’책‘을 마음껏 선택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고르게 하고 그 결과를 마음껏 누리게 해 보는 겁니다. 어디에선가 들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그래도 책으로 나오려면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여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나 유튜브에서 만나는 흥미만 끄는 영상들과 그 가치가 다르다고요. 어떤 작가든 자기 이름을 걸고 출판되는 책에는 최선을 다할테니까, 그리고 출판사도 허투루 책을 찍어내진 않을테니까, 그리고 서점에서도 선택을 해서 매장에 두는 걸테니까, 여러모로 어느 정도는 안전한 선택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 때에도 선택할 때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정답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 나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표지도 살펴보고, 작가 이름도 보고, 그림도 들춰보며 책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게 됩니다. 그 책이 좋았으면 다음에도 비슷한 루트로 선택을 하면 될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선택의 과정을 다시 돌아보면 됩니다. 어느 부분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된건지, 그 부분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새롭게 기준을 세우면 되죠.
그렇게 나를 알아가고, 내 마음을 살피고, 내 취향에 따라 고르다가 ’인생책‘을 만날 수도 있게 됩니다. 트렐리즈가 말했듯, 첫 키스와도 같은 한 권의 책을 통해 자발적 독자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이 생깁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책 선택에서 실패를 할테지만, 책에서의 실패는 다른 것들보다 안전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자양분들이 모여 ’나‘를 알게 되고, 삶의 이정표에서 더 나은 선택지들을 찾아가게 할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