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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Apr 15. 2024

얘들아, 글자보다 소리랑 먼저 놀자!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가슴이 콩닥콩닥_ 심장이 콩닥콩닥 뛰며 골수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생겨납니다. 이 그림책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에 대한 이야기와 산소와 영양분이 우리 몸에서 쓰이고, 이산화탄소와 찌꺼기가 몸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요. 둘찌는 지니와 비니와 함께 몸 속을 탐험하며 재미있어하고, 참 신기해 해요.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2. 치카치카 군단과 충치왕국_ 지니 비니의 꿈 속에서, 지니 비니는 밥풀 우주복을 입고, 숟가락 왕복선을 타고, 밥 한그릇 별나라를 떠나 우리 몸 별에 있는 ‘튼튼이’ 왕국으로 갔답니다. 그곳은 바로 입 속!

 커다란 이로 둘러 싸여 있고, 침 분수가 콸콸 나오는 입 속에서 음식들은 이로 잘게 부숴져 목구멍 미끄럼틀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이 구석구석에 음식 찌꺼기가 남게 되죠. 그곳에 충치 왕국을 만들기 위한 세균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 때, 치약 위성에서 튼튼이 왕국을 지켜보던 치카치카 군단이 출동! 이 닦기 귀 찮아하는 둘찌와 읽으면서 ‘치카치카’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글자보다 먼저 “소리”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구어를 먼저 습득하기 때문에, 문자언어를 배우기 전에 보통 청각적 ’음운인식 능력‘이  발달합니다. 집에서 부모님과 형제 자매와 말놀이를 하고, 동요를 듣고, 언어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학교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 일부는 ’생각보다도‘ 이런 음운인식 능력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문해력의 뿌리가 약한 아이들을 우리는 초기 문해력 개별화 지도에서 만나게 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초기 문해력 개별화 수업을 지도했던 시기에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단어의 ‘글자’들을 노출하며 익히게 했습니다. 어휘자산을 키워준다는 명목하에 글자들을 위주로 수업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자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여러 번 알려준다고 그것을 쉽게 익히고 글을 잘 읽는 것은 아니었어요. 어른들에게는 글자와 소리가 일대일로 대응되며 쉽게 읽히는 것도 아이들은 글자는 글자대로, 소리는 소리대로 어려워하고 혼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아이들은 ‘소리’를 들어 보고 다루어 본 경험이 부족했던 거였어요. 다양한 말소리를 많이 듣고, 말소리와 놀아본 경험이 말이지요.


 음운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은 ‘끝말잇기’ 놀이를 어려워 합니다. 처음엔 아무리 설명해주어도 끝말잇기 놀이가 안 되는 것이 놀랍고 이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실제 예를 제시해주어도 끝소리와 첫소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워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끝말잇기라는 놀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나하는 문제를 말이지요.


 여러 공부를 통해  음소(말소리의 최소 단위)와 운소(말의 억양, 장단 등)를 포함하는 ‘음운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음운인식이 없는 아이들에게, 글자를 많이 노출해도 제대로 된 문해력 신장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음운인식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먼저 익숙한 낱말의 소리를 듣고 몇 개의 소리로 들리는 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천천히 낱말을 발음해주고 말소리마다 박수를 쳐 보며 몇 개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찾게 합니다. 또, 낱말의 첫소리와 끝소리 찾기, 말소리 거꾸로 말해보기 등등의 말놀이들을 조금씩 해 보면 음운인식 능력이 발달하더라고요.


 저 역시도 이런 지도들을 통해, 20회차 정도 지도를 했을 때 아이와 처음으로 끝말잇기 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낱말을 말하지 못하던 아이가 몇 번씩이나 단어를 이어 말할 때 저는 ’물개박수‘를 치며 놀라워 했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운인식 능력이 조금씩 쌓여, 이렇게 많이 성장한 것이 기특하고 놀라웠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가정의 부모님들께 권합니다.


 학교보다도 훨씬 중요한, 문해력의 뿌리가 자라는 가정에서 “소리”를 많이 들려주시고 함께 상호작용하며 놀아주시기를 말입니다.


 그림책 읽어주기, 말놀이, 대화를 나누는 언어적 상호작용들이 잘 이루어져서 아이들이 ‘음운인식 능력’ 등의 자신의 초기문해력을 자연스럽게 키워 나가고, 그 결과 즐겁게 책을 만나는 독자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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