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시기
여느때와 같이 출근을 했다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만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날이 따뜻하네?, 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으로 기온을 확인하니 낮기온이 10도가 훌쩍 넘어가네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어요.
그래, 어쩐지 코끝에 닿는 바람이 차갑지 않더라니.
그래, 건조한 낙엽냄새가 촉촉한 풀냄새로 느껴지는 것 같더라니.
그러고 보니, 저희 동네에서 보이는 산과 들의 색깔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무언가 생동감이 한 스푼 첨가되고, 채도가 조금 더 높아진 느낌!
그래서 따뜻한 주말, 서둘러 일을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꽃을 실내에서 보기위해 씨앗부터 키워왔던 스토크가 이렇게나 많이 자랐어요.
씨앗 딱 두봉지였는데 말이죠.
올해는 가드너의 문제였는지 일조량의 문제였는지 아직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1월말에는 꽃을 피워주었는데, 올해는 아직 못 봐서 아쉬워요. 그래도 이제 꽃망울이 제법 달린 화분들이 보이는 걸 보니, 곧 꽃을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 봅니다.
그 날을 기다리며 햇빛과 바람을 맞게 해주기 위해 남편과 화분들을 모두 밖으로 꺼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일은 하지도 않았는데, 이것만 해도 뭔가 허리가 시큰한 것 같아요.
스토크들은 꽃을 좀 더 실내에서 본 뒤에 4월 넘어 기온이 올라가면 마당에 심어줄 거예요. 작년에도 정원에 심어보니 수국이 필 때까지 꽃을 계속 피워주어 정원이 풍성해지더라고요.
꽃씨 두 봉지, 몇 천원의 행복이 생각보다 길고 오래 지속됩니다.
그 자태와 색감, 향기가 탁월해서 적은 투자 대비 엄청난 잭팟을 터뜨린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알게 된 뒤로 늘 고마운 꽃, 스토크 입니다.
남편은 겨우내 얼어 있다 녹은 텃밭을 한 번 뒤집어주기 시작했어요.
곧 퇴비도 좀 뿌려서 올해의 농사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버리고, 우리가 정말 잘 먹는 채소들만 심기로 했어요. 아, 남편이 아주 좋아하는 고수는 처음으로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잘 자랄까요?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심었던 다알리아 씨앗이 떡잎이 나서, 조금 더 큰 화분에 심기 위해 엄마를 거들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렇게 내버려두고 간식 먹으러 떠나 버렸지만요.
큰찌가 예쁘게 과자 여러 종류를 조금씩 그릇에 담아 와서 동생과 마당에 앉아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봄 날의 피크닉 같았어요.
‘겨우내 집에만 있던 너희들에게도 이제야 봄 날이 찾아왔구나. 올해도 정원의 꽃들처럼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렴!’,하고 일하다가 문득 기도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큰 식물가게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골라온 식물들을 심을 차례입니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숙근버베나가 예뻐서 두 개를 더 구입했어요.
그리고 조그마한 꽃들은 아이들이 고른 것.
정원에 벌써 올라오는 잡초를 조금 걷어낸 후에 알맞은 자리를 찾아서 심어 줍니다.
이제 4년차인데도 가드너의 초보 티는 도통 벗지를 못하네요.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디에 어떤 꽃이 심어져 있는지 사실 잘 기억이 안 나거든요.
찬찬히 기억을 더듬고, 예전 사진도 찾아보며 열심히 빈 자리를 찾아 심었습니다.
물론 그러다 가끔은 잘 자라고 있는 꽃의 뿌리를 발견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화들짝 놀라지만, 안 놀란 것처럼 옆에다가 다시 심어 줍니다. 놀래켜서 미안하다는 인사는 마음으로만 전하기로 해요. ㅎㅎㅎ
부디, 모두들 잘 자라주길!
이제 자리를 옮겨 봅니다.
계속 꽃을 피워주는 구근 식물들이 있는 곳에 가서 쌓여있는 낙엽과 잡초를 걷어내니, 이렇게 올 해도 고맙게 싹이 올라와 주었습니다.
무스카리, 알리움, 수선화, 튤립이 심어져 있는 꽃밭이에요.
손을 분주하게 움직여 잡초와 낙엽들을 걷어내고 작게 올라오는 새순을 찾는데, 아기의 잇몸에서 하얀 이가 올라올 때 처럼 반갑고 기특하더라고요.
그 춥고 혹독했던 겨울을 땅 밑에서 잘 이겨내주었구나.
올해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워!
그런 마음으로 물도 담뿍 주고 영양제도 고루 뿌려 주었습니다.
이렇게 봄이 오고 있습니다.
추웠던 겨울날, 오래 마당과 정원을 떠나 집 안에만 있었던 것 같은데, 날씨가 따뜻해지니 자꾸 현관문을 나서게 되네요.
이웃 분들도 같은 상황인지 그 시간에 마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오랜만에 동네가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는 소리로 가득찼던 주말이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꽤 되었지만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정원 일을 하고 보니 이제야 뭔가 새로운 시작이 느껴집니다.
저렇게 기특하게 겨울을 견뎌내고 새순을 올린 꽃들처럼, 저도 움츠렸던 어깨를 좀 펴고 봄날의 성장을 시작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뭐든지 해버려도 좋을 것 같은,
우물쭈물 주저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라는 것 같은 그런 봄 바람을 느꼈거든요.
어느새 다가온 봄 날,
여러분의 마음에도 따사로운 햇빛이 구석구석 비춰주기를!
올 해 봄에는 여러분 어깨의 무거운 짐이 하나씩 덜어지고, 크고 작은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