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다.
신혼부부라고 했다. 네 살 딸아이가 있었다.
아저씨는 도예가였다.
집 옆에는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작업장이 있었다.
도예가 아저씨네 집 뒤편에는 작은 뜰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아저씨가 버린 깨진 그릇들이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밥과 국을 담아 먹었다.
드라마에서 보았다. 도예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릇을 가차 없이 망치로 깨버렸다.
나는 도예가 아저씨가 깨버린 그릇을 보고 깨지 말고 나를 줬음 싶었다.
나도 예쁜 그릇에 밥이랑 국을 담아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빗물이 담긴 깨진 그릇을 보며 아깝다, 아깝다 되뇌던 기억이 난다.
도예가 아저씨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우리 아빠와 얘기를 하고는 선물을 주고 갔다.
사각 상자였다. 나는 신이 나서 뚜껑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상상했다. 그러나 나는 이내 실망을 했다.
그 고급스러운 사각 상자에는 아저씨가 만든 다기가 있었다.
우리 집에는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 저 작디작은 주전자는 겨우 물 두 잔이나 들어갈까? 찻잔은 손잡이도 없고 물 두 모금 마시면 마실 것도 없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사용은 어려워 보였다.
아저씨가 만든 그릇으로 밥을 먹어보는 나의 바람 그렇게 끝이 났다.
아저씨네 집은 항상 간식이 있었다. 외동딸의 방에는 장난감이 넘쳐났고 항상 집에 놀러 가면 간식이 있었다.
밥을 먹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항상 간식을 주셨다.
동네 아이들은 그 집에서 자주 놀았다. 같이 놀다 보면 점심도 주시고는 했다.
하루는 볶음밥을 해주셨다. 야채와 햄을 다진 볶음밥이었다.
햄은 나에게는 정말 귀한 음식이었다. 명절에 어쩌다 들어오는 스팸은 우리에게는 귀한 식재료였다.
야채 볶음밥을 먹으면서 나는 햄을 한쪽으로 몰았다. 햄을 한쪽으로 몰자 아주머니가 물어보셨다.
“햄 싫으니?”
“아뇨, 모아서 한꺼번에 먹으려고요.”
순간 아무 말 없이 나를 보셨다. 나는 마음으로 느꼈다. 아주머니가 나를 불쌍하게 보시는구나. 그게 자존심이 상하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두 분 모두 나에게 잘해주셨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어 그 시간들이 좋았다.
한 번은 만원을 받고 심부름을 했던 적도 있다. 집을 비우고 어딜 다녀오신다고 했다.
만원을 주시면서 작업장에 있는 연탄난로를 부탁하셨다.
연탄을 정해진 시간에 아침, 저녁 두 번을 갈아주는 일이었는데 중요한 일이니 돈을 주시겠다고 했다.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고 작업장 연탄이 꺼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 밤에 홀로 가는데 돈 때문인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내 삶에서 첫 아르바이트였던 셈이다.
나는 도예가 아저씨의 집도, 그 작업장도, 그리고 그분들도 모두 좋았다.
내 눈에는 그림처럼 예쁜 집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예가 아저씨가 너무 잘생기셨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겨울, 연탄을 갈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겼던 열한 살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