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28일 바람
노인정 음식 대접하러 청년회 부녀 회원 준비.
**(막내)이 교복값 빌리러 다니다. 15만 원 빌려 **(막내)이 18만 원 주다.
10시 45분 차로 나가 한일교회 참석하다. 끝나 12시 50분 차로 오다.
W 씨 차에서 이야기하다. 노인잔치 음식 먹다. 회관에 책 빌려 보다. 저녁에 애국가 작사자 보다.
‘왕과 비’ 보다. **(언니)이 월급 28만 원 내놓다.
아빠의 일기는 예상대로 돈 빌리러 다니는 기록이 많다.
이날은 막내 교복값을 빌리러 다녔나 보다. 마지막 기록을 보니 언니 월급이라 돈을 달라고 했을 테지.
앞에는 빌렸고, 언니에게 돈을 받아냈고 갚았다는 기록은 찾지 못했다.
아빠가 우리에게 돈 달라는 방식을 이랬다.
“돈 오만 원 있어? 있으면 오만 원만 내놔.”
그럼 우리는 그 돈을 주었고, 우리가 안 주면 엄마 시켜서 내놓게 만들었다.
아빠와 돈을 연관 지어 생각하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아.
돈에 대해서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거든.
아빠가 빌린, 혹은 아빠가 빌려서 누군가에게 준 그 사채들을 우리가 갚으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저 아래에서 화가 올라온다.
월급날마다 걸려오던 그 전화들을 생각하면 잊힌 감정이라 생각했던 미움들이 다시 찾아온다.
그래서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런 마음이 들면 나는 아빠가 노동하여 번,
아침에 나에게 내어주던 그 꾸깃한 돈을 생각하려고 한다.
어제 노동하고 받았을 그 돈을, 그래도 아침마다 우리에게 착실하게 내어주었던 아빠에 대한 감사함으로
미움을 덮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아빠, 그래도 열심히 살아줬고
최선을 다했다고 그 마음이 담자.
추신 : 일기장에 어떤 드라마 봤는지 기록하는 건 나랑 같음. 아빠가 본 〈왕과 비〉는 KBS 1 TV에서 토요일, 일요일 주말 밤에 편성된 주말 대하사극,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186부작. 아빠의 일기는 일요일에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