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피아노

by 윤자매

아빠는 교회에서 피아노를 쳤다.

잘 쳐서 피아노를 친 것이 아니라 작은 교회에 반주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였다.

내가 중학생이었으니 아빠는 사십 대 후반이었다.

목사님 따님이 피아노 반주를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잠시 공석이었다.


아무도 없자 아빠가 반주를 했다.

아빠는 피아노를 독학했다고 했다.

아빠는 자주 틀렸고 틀리지 않고 완곡을 한 적이 없었다.


아빠가 반주를 할 때에는 나는 편하게 찬송을 부를 수 없었다.

틀릴 때마다 내가 긴장했고 반주자 언니가 빨리 오기를 기도했다.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외부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했다.

그날도 아빠가 반주를 했다. 아빠가 많이 틀려서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남자 집사님의 서투른 반주에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많이 틀리셨지만 목사님은 은혜가 되고 좋았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나는 그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다. (고까운 상황이면 말도 고깝게 들린다지.)

아빠를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날 기분이 종일 좋지 않았고 죄 없는 목사님 아들에게 분풀이를 했다.


독학으로 악보를 보고 독학으로 화음을 만들어내는 아빠에게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잘 치는 아빠를 원했겠지, 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아빠를 원했겠지, 나는.


아빠는 노동자였다. 우리와 함께 첫차를 타고 나가서 일당을 받아 오셨다. 그 투박한 손으로 어울리지 않은 피아노를 치고 더군다나 너무도 많이 틀리고. 그래서 나는 그런 아빠가 창피하고 싫었던 것 같다.


나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치는 아빠를 왜 대단하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빠를 왜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나는 아빠의 반주에 감동을 받았다는 그 목사님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가난이 싫었고 그래서 아빠의 피아노 반주까지도 싫었던 것 같다.

그러니 아빠가 드러나주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나는 나의 그 행동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후에야 깨달았다.


서투른 피아노 반주가 아빠에게는 큰 용기였을텐데......


진심으로 박수쳐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진정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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