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외출

엄마와 지갑

by 윤자매

남자 화장실 청소를 하던 엄마가 여자 화장실로 담당이 바뀌었다.


이제 엄마를 보러 여자 화장실로 가면 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주말에 자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깨웠다.


일어나 봐, 엄마랑 같이 휴게소 가자.
휴게소? 엄마 오늘 휴무잖아.
응, 그냥 묻지 말고 같이 가자.


나는 부스스 일어나 함께 휴게소로 향했다.


묻지 않았는데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가 말이야, 지갑을 주웠어.
지갑? 어디서?
화장실에서 주웠어.
근데?
한숨도 못 잤어.
응?
지갑을 주인 찾아주지 않고 엄마가 가져왔어.


그 말에 나는 더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엄마가 잠을 못 자겠어. 죄책감이 들어서.
휴지 걸이 위에 지갑이 있었는데 욕심이 나서 그만 들고 왔어. 이거 잃어버린 사람이 잠 못 잔다고 생각하니까 엄마가 안 되겠어. 정말 죄짓고는 못 사는가 보다.


아빠는 얼마 전에 버스 안에서 현금 60만 원을 잃어버렸다. 그 돈을 잃어버리고 우리는 김밥도 없이 소풍을 갔다. 언니는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갔는데 놀이기구를 하나도 타지 못해 눈이 퉁퉁 부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종일 벤치에 앉아만 있다 왔다고 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불쌍해서 돈을 주신 것은 아닐까.

가난한 우리 집에 선물로 주신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아니잖아.

선물로 남의 지갑을 보내주실 리가 없잖아.


엄마가 작은 몸을 떨었다.


그냥 엄마가 무서워. 엄마 죄받을 것 같아. 이건 아닌 것 같아.


엄마와 말없이 걸었다.


휴게소 입구에 다다르자 엄마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거 엄마 대신 원래 있던 자리에 좀 놔줄래?
엄마, 이거 분실물 거기다 주고 오면 되잖아.
엄마도 그러고 싶은데 엄마를 분명 의심할 거야. 전에 어떤 아줌마가 지갑 주워놓고는 주인이 찾는데도 안 줬어. 아주 경찰이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 결국 그 아줌마 잘렸어. 엄마도 사실 지갑 보고 욕심났어. 그래도 주인이나 경찰 오면 돌려준다 마음도 먹었는데 아무도 찾으러 안 오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눈이 뒤집혔나 봐.
엄마 생각에는 지갑이 있던 자리에 놔두면 주인한테 돌아갈 것 같아.


제법 두툼한 장지갑이었다.


엄마는 휴게소 직원 누구라도 마주치면 좀 그래서 안될 것 같아. 엄마 대신 다녀와주라.
응, 위치만 알려줘. 어디였어?
엄마 청소하는 화장실 알지? 제일 안 쪽 맨 끝에서 두 번째, 휴지 걸이 위에 지갑이 있었어.


엄마에게 지갑을 받아서 품 안에 넣었다.


여자 화장실은 너무도 조용했다. 조용한 그곳에 나 혼자만 있었다.


엄마가 말해준 곳으로 달려가 지갑을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도 지갑이 두툼하니 욕심이 생겼다.


아무도 찾지 않는 지갑을 그냥 우리가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하지만 분명 엄마처럼 나도 죄책감에 시달릴 테지.


나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잘 두고 왔어?
응, 잘 두고 왔어. 이제 가자, 엄마.


어두운 밤길을 엄마 손을 잡고 걸었다.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갈 때는 초조했던 엄마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돈 때문에 흔들렸던 엄마의 양심이, 그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결심했다.


우리 엄마, 내가 꼭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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