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남자 화장실 청소부였다

우리 엄마

by 윤자매

빵을 사러 갔다가 화장실이 급해 건물 안 화장실을 이용했다.


나오는 길에 건물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가게에서 빵을 고르고 음료수를 하나 샀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음료가 좋을 것 같았다.


청소 카트 위에 음료를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돌려 나오는데


잘 먹을게요.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왔다.


누군가 본다면 착하다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착해서가 아니라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그랬다.


엄마는 남자 화장실 청소부였다.


엄마가 처음부터 남자 화장실을 청소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휴게소 식당에서 일하셨다.


그러다 휴게소가 민영화로 전환되면서 인원 감축이 들어갔다.


연차가 많은 식당 아주머니들이 타깃이 되었다.


험한 일을 시키면 나갈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엄마는 남자 화장실로 배정이 되었다.


여자가 왜 남자 화장실에 있어!


면박을 주는 아저씨들을 만나도 엄마는 숨을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요령을 피운다고 어떤 트집을 잡을지 알 수가 없었다.


오냐, 마음대로 해봐라. 나는 절대 안 나가, 내 새끼들 키워야 해.


엄마는 그 생각만 했다고 한다.


엄마는 남자들이 들락거리는 그 화장실에서 바닥만 연신 닦았다.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닦는 일에만 집중했다.


소변이 튄 변기를 닦고 지저분해진 바닥을 닦으며 그 시간들을 견디었다.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엄마에게 꽃을 달아드리고 싶었다.


나도 엄마가 여느 아주머니들처럼 화장도 하고 머리에 펌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항상 아래로 질끈 묶었다. 그래야 돈이 안 든다고 했다.


화장대에는 스킨도 없이 로션 한 병과 언제 샀는지도 모를 오래된 립스틱 하나가 전부였다.


나중에 알았다.


우리 엄마도 예쁜 거 알고 좋은 거 다 안다, 몰라서 안 하는 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그것들을 하지 않아야 자식새끼 입에 뭐라도 하나 넣어주고 공책이라도 하나 더 사줄 수 있었다.


카네이션을 들고 처음으로 남자 화장실 앞으로 갔다.


내가 사내아이였다면 남자 화장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여자라 그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을 때 남자 화장실에서 엄마가 나왔다.



유니폼을 입은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남자 화장실에서 일하려면 시선을 아래로 두어야 한다고 했다.


누구 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아야 남자 화장실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억척스러워도 우리 엄마도 여자였다.



엄마!



엄마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엄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드라마에서처럼 드라마틱한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도 울지 않았고 엄마는 말이 없으셨다.


어버이날이잖아, 엄마.


엄마가 옅은 미소를 띠었다.


엄마는 곧바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고 나는 집으로 왔다.





어릴 때 신데렐라를 좋아했다.


유리구두 때문이었는지, 요정의 마술로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가서인지 사실 어떤 대목에서 좋아했는지 이제는 명확한 기억이 없다.


힘든 시간 어둠 속에서 긴 시간을 울었지만 현실에서는 요정도, 유리구두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눈물을 조금 흘렸던 것 같다.


그 순간 요정이 나타나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했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여자니까요,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