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근교 유채밭 -
이 사진도 100% 마음에 들지 않는데 50여 컷 중 그나마 비교적.
수수 천만 노랑나비가 팔랑이며 내려앉는 것 같은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기다렸지만 시속 300km로 지나쳐버려 찍을 수가 없었다.
집을 아름답게 짓고 가꾸는 네덜란드와 달리 벨기에 주택은 그저 그랬고 어쩌다 동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채꽃밭이 아주 가끔 있더니 프랑스로 넘어가니까 아주 많아졌다. 관광용은 아닌 것 같고 카놀라유를 생산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프랑스 주택은 지나칠 만큼 실용성에 치중해 단조롭고 무미건조했다. 여기저기 완만한 동산이 편안하게 누워있고 저 멀리 큰 산도 보였다.
3시간 만에 프랑스 파리 노드 역에 도착했다.
드디어 낭만이 넘치고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파리에 입성한 것이다.
- 노드 역 앞 설치물 -
사위가 말했었다. 파리는 소매치기가 많으니까 조심해야 된다고. 추적추적 비가 내려 더 심란한 역 앞 도로는 사람과 자동차가 뒤섞여 매우 혼잡했다. 사람이나 차나 신호는 완전히 무시하고 돌진하듯 덤벼들어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다. 택시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차가 끼어들었다. 젊은 택시 기사는 미친 듯 화를 내며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몹시 실망스러웠다.
파리는 우버가 아니면 택시를 탈 수 없었다. 아무 곳에서든지 손만 들만 택시를 탈 수 있는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파리에서 절감할 줄이야!
택시가 센강을 건널 때 마주한 건물이 파리에 대한 실망을 순식간에 회복시키며 환상의 세계로 초대했다.
- 호텔 로비 -
호텔에 짐을 풀고 지나치게 도회적인 모습의 센강을 건넜다.
수많은 유람선이 오가고 승객들은 하나같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었다.
얼마 걷지 않아 벽면의 부각(浮刻)이 예사롭지 않은 건축물을 만났다.
- 팔레 드 도쿄 미술관 -
미쉐린 가이드 식당 무슈 블루는 팔레 드 도쿄 미술관 바로 아래에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는 미쉐린이 매년 봄 발간하는 식당 및 여행가이드 시리즈다.
- 압도적인 조명등 -
서울 구경이 처음인 시골쥐처럼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정신없는데 딸이 말했다.
“저녁은 특별히 맛있게 먹어야 해요. 알았죠?”
“엄마, 푸아그라 먹어보니까 어때요, 입에 맞아요?”
“맛있어, 너무 맛있어!”
“엄마 양식을 너무 좋아하신다. 서양에 태어났어야 했나 봐.”
“너무 맛있어서 순삭 하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 아까워서 어쩌냐?”
식사가 끝나자 직원이 촛불 켠 작은 케이크를 들고 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누구? 내 생일은 6월 말이고 딸은 11월인데?
“오늘이 엄마 양력 생일이잖아요.”
양력 생일은 지내본 적이 없어서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어제는 생일 전야제로 가장 비싼 버00 스카프 드렸고 라익스 레스토랑도 간 거예요. 생일 주인공이라 검은 옷을 권하지 않았던 것이고요. 이번 파리 여행도 사위 선물이에요. 우리가 언제 한자리에서 엄마 생일을 챙겨보겠어요. 축하해요, 엄마!”
“딸!”
“자자, 감격은 그만하시고 맛있게 드시기나 하세요. 밤 11시에 에펠탑 불빛 쇼하거든요. 우리 그거 보고 호텔로 가요. 사위가 특별히 에펠탑 가까운 호텔로 예약했대요.”
식당 밖도 분위기가 좋다.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다리 중간에서 이야기하며 불빛 쇼를 기다렸다.
그냥 봐도 가슴 설레는 에펠탑이다.
그런 에펠탑을 불빛이 감싸고 휘도니 별들이 쏟아지며 잔치를 벌이는 것 같았다.
탄성을 지르며 속으로 말했다.
사위 고마워.
감자탕과 김치전밖에 해준 거 없고
주변머리 없는 데다 다정다감하지도 못한 장모라 미안해.
5월 5일 양력 생일 축하 평생 잊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