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네덜란드에서 사귄 친구 셋과 명이 로드 공원 북쪽을 산책한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색다른 경험이라 얼른 따라나섰다.
큰 길가 주택 앞 차선 안에 주차하고 벨을 눌렀다. 중국인 친구가 반갑게 맞이했다. 평소에 중국말이 고팠을 그녀는 딸과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어딘가에서 언급했던 대로 딸은 중국에서 이십 년 가까이 살아서 중국말을 아주 잘한다. 조금 있다 상냥하기 이를 데 없는 일본인 친구와 이탈리아 친구가 도착했다. 곧바로 문을 나섰다.
- 아카시아 꽃이 없다. 섭섭했다 -
한국에서는 명이로 반찬을 만들어 먹는데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했더니 일본 친구는 자기 나라는 먹지 않는다며 신기해했고 중국은 탕으로 이탈리아는 샐러드로 먹는다고 했다. 어린 모시풀은 나물이나 떡을 만드는데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가 잘 되고 모시풀이 자라면 껍질을 벗겨 아주 훌륭한 옷감을 만든다고 했더니 셋은 모시를 그렇게 다양하게 이용하는 지혜가 놀랍다고 칭찬했다. 이탈리아 친구가 손등을 긁으며 모시나물을 만지면 가려우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청량한 솔바람이 불고 먼 하늘가에는 비행기가 하얀 선을 그으며 날고 있었다.
- 왼쪽은 차도. 오른쪽은 인도. 가운데 모래 밭길은 승마 산책로 -
무성한 모시풀 사이사이 봄꽃이 피어 있었다.
어쩌다 명이도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는 공원 호수 위로 비행기 항로를 정해 민가에 폐가 되지 않게 했다.
한 시간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가에 끊임없이 미루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점점 귀해지는 우리나라 미루나무와 닮지 않은 듯 닮았다. 도로 아래는 강이 아니었다.
- 조정경기장 -
중국인 친구는 내가 왔으니 특별히 정원 파라솔 밑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출입문을 들어설 때는 지극히 평범한 집이었는데 뒷문을 여니 알뜰하고 예쁘게 가꾼 뜰이 있고 운하도 있고 보트가 있었다.
식탁이 차려질 때까지 그네를 타고 운하와 산딸기 덤불이 우거진 숲을 감상했다.
딸은 쌀밥에 두부, 김치 볶음, 해파리냉채를 준비했고 중국인 친구는 석류, 코코넛우유, 버섯을 넣어 만든 중국 전통 음료와 중국 떡을 내왔다. 일본인 친구는 과일, 빵, 치즈 과일을 준비했고 이탈리아 친구가 쇠고기로 만든 ‘바바라’와 인도네시아식 ‘랜당’ 요리를 펼치자 식탁이 풍성했다. 그날의 인기 메뉴는 예상했던 ‘바라라’와 ‘랜당’이 아닌 김치 볶음과 쌀밥이었다. 뿌듯했다.
그날따라 날씨가 유별나게 좋았다. 일광욕을 하기 위해 웃통 벗은 중장년 남자들이 호쾌하게 웃으며 탄 요트가 여러 대 지나갔다.
4시부터 수업 있는 딸이 먼저 일어났다. 그녀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기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